"중계로 국민 알 권리 보장되지만…" 법원, 김건희 재판 문서증거 조사 전까지만 허가
재판 중계 범위를 둘러싸고 국민의 알 권리와 피고인의 권리가 맞붙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형사 재판을 담당한 법원이 촬영 중계를 문서증거 조사 전까지만 허가하면서, 재판 공개 원칙과 인권 보호 사이의 긴장 관계가 다시 부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우인성 부장판사는 19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 사건 재판과 관련해 법정 촬영 중계를 문서증거 조사 이전 절차에 한해 허용했다고 밝혔다. 이날 결정은 김건희 여사가 피고인석에 앉은 법정 모습이 다시 화면을 통해 전달되는 계기가 됐다.

재판부는 중계 범위를 제한한 이유를 두 축으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중계를 허가한다면 공익적 목적을 위한 국민적 알 권리가 헌법적으로 보장돼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고인의 명예와 무죄추정의 원칙도 보호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중계에 의해 전자는 보장되는 반면 후자는 침해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증조사 과정에서 피고인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날 재판에서는 서증조사 전까지의 절차만 촬영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김건희 여사가 법정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은 지난 9월 24일 첫 공판기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다시 카메라에 잡히게 됐다. 당시에도 재판부가 취재진의 법정 촬영을 허가해 재판 시작 전 입정 장면이 보도된 바 있다.
특검법 개정으로 재판 중계 조항이 신설된 이후 김건희 특검이 실질적인 재판 중계를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17일 재판부에 중계 신청서를 제출했다. 특검팀은 이날 문서로 제출된 서면증거를 검토하는 서증조사 공판과 다음 달 3일로 예상되는 피고인 신문 절차 모두에 대해 중계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날 공판에 대해서만 중계를 부분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향후 피고인 신문 과정 등 나머지 절차에 관한 중계 허용 여부는 추후 별도 판단이 남은 셈이다. 법조계에선 향후 재판부가 피고인 신문 단계까지 중계를 확대할지, 현 수준에서 제한을 유지할지를 두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포함해 여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여사가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해 약 8억 1천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8월 29일 구속기소했다.
여기에 더해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공모해 이른바 정치 브로커로 불리는 명태균 씨로부터 합계 2억 7천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이 부분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또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 씨와 공모해 2022년 4월부터 7월까지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교단 지원과 관련한 청탁을 받는 대가로 고가 목걸이 등 8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이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에 해당하는 것으로 기소됐다.
정치권에선 재판 중계 범위를 둘러싼 해석이 분분하다. 여권 일각에선 피고인의 인권 보호와 재판 공정성을 우려하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반응이 나온다. 반면 야권에서는 대선 국면 이전부터 제기돼 온 의혹의 실체를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적극적인 중계를 주장해왔다. 특검이 법 개정 이후 첫 중계 신청에 나선 것도 이런 여론을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법원 안팎에서는 재판부가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에서 일정 부분 중계를 허용한 만큼, 향후 다른 주요 형사 사건에서도 공개 범위를 조정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피고인 신문, 증인 신문 등 방어권과 직결된 절차에서 어떤 선을 그을지에 따라 논쟁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법원 결정으로 김건희 여사 사건 재판은 중계라는 새로운 변수를 안게 됐다. 재판부는 향후 절차를 진행하면서도 피고인 권리와 국민의 알 권리 사이 균형을 재차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법조계의 시선이 재판부의 추가 판단에 집중되는 가운데, 특검과 변호인단의 공방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