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각돼도 사직하겠다”…헌재, ‘계엄 가담’ 조지호 탄핵심판 선고
비상계엄을 둘러싼 책임 공방 속에서 조지호 경찰청장의 거취를 가를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한덕수 전 국무총리 탄핵 기각에 이어 비상계엄 관련 헌정 심판이 일단락되는 셈이라 향후 정치권 공방이 다시 달아오를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1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에서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지난해 12월 12일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1년 만에 파면 여부가 결정된다.

탄핵심판 결정 효력은 선고와 동시에 발생한다. 헌법재판소가 국회 탄핵소추를 받아들여 인용을 선고하면 조 청장은 즉시 파면된다. 반대로 기각 결정이 나올 경우 형식적으로는 직에 복귀할 수 있지만, 조 청장이 12월 3일 비상계엄 관련 내란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업무 복귀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조 청장 측은 이미 직을 놓을 뜻을 밝힌 상태다. 그는 지난달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마지막 변론에서 “한 번도 직에 연연한 바 없다”며 “기각 결정이 되더라도 즉시 사직해 새 정부의 경찰 인사권 행사에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탄핵 인용 여부와 별개로 스스로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의사다.
조 청장은 지난해 12월 3일 선포된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연수원에 경찰력을 배치했다는 이유 등으로 탄핵소추 대상이 됐다. 국회는 같은 해 12월 12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9일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의 과잉 진압 문제도 소추 사유에 포함됐다.
국회 측은 조 청장이 비상계엄 하에서 국회 출입을 통제하고 선관위에 경찰을 배치한 행위가 헌법상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침해했으며, 대의민주주의를 규정한 조항을 어겼다고 주장한다. 또 영장주의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독립성도 훼손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조 청장 측은 계엄 선포 당시 오히려 소극적인 임무 수행으로 계엄 해제에 기여했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국회의원들의 이른바 월담, 담치기를 막지 않고 출입을 사실상 용인한 행태가 계엄권력의 요구에 대한 항명에 가깝다고 주장해 왔다. 계엄 명령에 충실히 따르기보다는 정치권의 저항과 국회의 기능 회복을 도왔다고 강조한 셈이다.
조 청장은 최후진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한 심경도 드러냈다. 그는 “단 한 번이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말할 기회가 있었다면 비상계엄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 선포 자체를 부당한 결정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비상계엄을 둘러싼 정치적 책임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국회 다수파는 조 청장 파면 여부와 관계없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당시 권력 핵심부의 헌정 파괴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고, 보수 진영은 계엄 당시 치안 유지 필요성과 법적 절차 준수를 강조하며 맞서 왔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선고로 비상계엄과 관련된 고위직 탄핵사건을 모두 정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올해 4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파면 결정이 내려졌고,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기각됐다. 조 청장 사건까지 마무리되면 비상계엄 책임 소재를 둘러싼 헌정 차원의 1차 판단은 완료되는 셈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조 청장의 형사재판과 국회 차원의 제도 개선 논의다. 국회 일각에서는 계엄 선포 요건과 통제 장치를 강화하고, 경찰 지휘체계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개정 입법을 예고해 왔다. 헌재 결정이 나오는 대로 국회는 계엄 관련 법제 정비와 함께 경찰 지휘 책임 체계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