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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존 선보인 대웅제약, 부정맥 진료 패러다임 겨냥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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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심혈관 질환 진료 현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웅제약이 심전도 모니터링부터 인공지능 음성 전자의무기록까지 연계한 디지털 솔루션을 선보이며, 병원 내 환자 관찰과 진료 문서 작성 과정을 동시에 바꾸겠다는 전략을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국내 제약사가 기존 의약품 중심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반 치료·관리 영역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분기점 가운데 하나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대웅제약은 최근 열린 대한부정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국내 제약사 중 유일하게 디지털 헬스존을 운영했다고 19일 밝혔다. 해당 학회는 부정맥 분야 의료진이 모여 최신 시술법, 약물 치료, 모니터링 기술을 공유하는 국내 최대 규모 학술 행사로, 올해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여수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됐다.

대웅제약이 마련한 디지털 헬스존에는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 반지형 혈압 측정기 카트비피, 심부전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에티아 등 심혈관 질환 관리에 특화된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이 배치됐다. 참가 의료진은 부정맥과 심부전 환자를 진료하는 실제 상황을 가정해 병상에서 수집되는 생체 신호와 진단 보조 알고리즘이 어떻게 연동되는지 직접 체험했다.

 

핵심은 2세대 버전으로 첫 공개된 올 뉴 씽크다. 기존 심전도와 산소포화도 중심의 모니터링에서 한 단계 나아가 혈압과 혈당까지 자동 측정·연동해 병동 환자의 주요 활력징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반 음성 인식 전자의무기록 기능을 결합해 의료진이 환자 곁에서 말로 진료 내용을 기록하면 병원 EMR 시스템에 바로 반영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병상 모니터링과 의료 문서 자동화를 하나의 워크플로로 엮어 진료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기술은 심전도 검사 기기와 EMR 시스템이 각각 분리돼 있고, 활력징후 측정도 기기마다 따로 이뤄져 의료진이 수기로 정리해야 했던 기존 병동 환경의 한계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부정맥과 심부전 환자의 경우 심전도 변화와 혈압, 산소포화도, 혈당 변동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실에서는 여러 기기의 데이터를 일일이 확인해야 해 업무 부담이 컸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웅제약은 올 뉴 씽크가 이러한 데이터 분절 문제를 병상 단에서 통합해 의료진이 이상 징후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방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카트비피와 같은 웨어러블 혈압 측정기는 환자가 손가락에 착용한 상태로 연속적인 혈압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재원 중인 환자뿐 아니라 향후 외래 및 원격 모니터링 시나리오에도 활용 가능성이 열려 있다. 에티아와 같은 심부전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는 심장 기능 관련 지표를 분석해 좌심실 수축기능 저하 등을 조기에 감지하는 역할을 목표로 하고 있어, 부정맥 환자 중 심부전 위험군을 선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디지털 헬스존에는 이틀 동안 100여 명의 참석자가 방문했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병동과 외래에 실제로 도입됐을 때의 동선과 업무 변화를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고, 일부 의료진은 의료 환경의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경험으로 평가했다. 이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단순한 시연 수준을 넘어, 병원 정보 시스템과 연계된 실사용 단계와 얼마만큼의 거리가 있는지에 대한 현장의 현실적 관심을 보여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심전도 패치와 원격 모니터링 플랫폼을 중심으로 심혈관 디지털 헬스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모바일 ECG 기기와 클라우드 기반 분석 서비스가 의료기기 인허가를 획득해 원격 진단 보조 도구로 활용되고 있고, 일부는 보험 적용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는 규제와 수가 체계의 제약으로 병원과 제약사가 디지털 헬스케어를 본격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단계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다.

 

대웅제약은 이번 학회 참가를 계기로 심혈관 분야에 특화된 디지털 헬스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회사는 활력징후 모니터링 기능 고도화와 함께 위험 예측 모델, 의료 문서 자동화, 퇴원 후 원격 추적 관리까지 단일 시스템 내에서 연동하는 통합 솔루션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병원 내 입원 관리부터 퇴원 후 재입원 위험 관리까지 하나의 데이터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해 부정맥과 심부전 환자 관리의 전주기를 디지털화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의약품 중심이던 제약사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과 서비스를 묶어 제공하는 움직임이 심혈관 질환 영역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는 흐름으로 해석하고 있다. 약물 치료와 함께 환자 모니터링, 데이터 기반 예측 모델을 묶어 차별화된 치료 패키지를 제시할 경우, 병원과 환자 모두에게 선택지를 넓히는 효과가 있을 수 있어서다. 다만 국내에서는 원격 모니터링의 법적 범위, 데이터 활용 동의,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인허가 기준 등이 여전히 복잡해 상용화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조병하 대웅제약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부장은 디지털 헬스 체험존 운영을 계기로 차별화된 홍보와 현장 접점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료 환경 전반에 깊이 스며들어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에 공개된 올 뉴 씽크와 심혈관 디지털 솔루션이 실제 의료기관 도입과 보험 체계 안착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규제와 제도 정비의 속도와 함께 주시하고 있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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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디지털헬스존#대한부정맥학회추계학술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