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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자기장, 3년마다 달랐다”…한국 참여 EHT, 세계 첫 관측 발표
IT/바이오

“블랙홀 자기장, 3년마다 달랐다”…한국 참여 EHT, 세계 첫 관측 발표

강태호 기자
입력

블랙홀 자기장 구조가 해마다 변화한다는 사실이 한국이 참여한 국제공동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포착됐다. 사건지평선망원경(EHT)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 연구진은 2017년, 2018년, 2021년 세 차례에 걸쳐 M87(메시에 87)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 영상을 비교 분석한 끝에, 블랙홀 주변 빛의 고리와 자기장의 형태가 해마다 달라지는 동적인 양상을 밝혀냈다. 블랙홀의 극한 환경이 기존 상식 이상으로 역동적임이 과학적으로 규명되면서, 관련 이론 및 관측기술의 패러다임도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건지평선망원경은 전 세계 전파망원경을 가상 연결해 지구 크기의 촬영망을 구축한 국제협력망이다. 이번 연구의 주제인 M87 은하 중심 블랙홀은 지구에서 약 5500만 광년 거리의 처녀자리 은하단 거대 타원 은하에 존재하는 대상이다. 국내에서는 우주항공청, 한국천문연구원, 경희대, UNIST 등 주요 연구기관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고, 한국 연구진이 직접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EHT 분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HT 팀은 2017년과 2018년 관측에 이어, 2021년 추가 관측 영상을 데이터로 확보했다. 세 시점의 이미지를 비교한 결과, 블랙홀 그림자의 크기와 형태는 일정하게 유지되는 반면, 그림자 주변의 밝은 고리, 즉 빛이 강하게 모이는 영역의 방향성이 크게 변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특히 2021년 관측에서는 2017년과 정반대 방향으로 자기장이 회전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이처럼 빛의 고리와 자기장 구조의 주기적 변화는 블랙홀 주위에서 강착원반(주변 가스가 원반 형태로 떨어져 들어가며 빛을 방출하는 구조) 내부 자기장과 외부 물질 유동이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 연구진은 블랙홀 영상 처리, 자기장 분석 등을 위한 전문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해 국제 분석팀에 제공했으며, M87 블랙홀 연구의 고난도 해석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얻어진 경험은 차세대 우주 관측기술, 빅데이터 처리 능력 등에서 국내 우주과학 연구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도 EHT는 2022년, 2024년, 2025년 추가 관측 자료를 축적하며, 2026년에는 블랙홀의 변화상을 2주 단위로 동영상화하는 세계 첫 시도를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이 주요 관측 거점으로 참가한다.

 

글로벌 천문학계에서도 미국, 유럽, 일본에 이어 한국이 EHT 과학연구의 기술 선도국으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프로젝트의 데이터 분석, 장비 운영, 이론 모델링 등에서 핵심 인재들이 활약하며, 전 세계 블랙홀 관측 분야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관측 데이터의 과학적 활용을 위해서는 데이터 인증, 국제공동 표준화, 물리모델 보정 등 다양한 정책·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다. 또한 미국 NASA, 유럽 ESO 등 주요 기관들도 블랙홀 자기장 관측 프로젝트를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글로벌 우주 관측분야의 협력·경쟁 구도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M87 블랙홀 연구를 포함한 사건지평선망원경의 주요 성과는 한국의 젊은 연구진이 선도하고 있으며, 첨단 기술 개발에서도 한국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경인 우주항공청 우주과학탐사부문장은 “블랙홀 자기장 변화 규명은 우주 극한의 물리과정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출발점”이라며 “대한민국이 세계 우주과학 발전을 주도할 수 있도록 연구·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성과가 실제 우주탐사와 국제 우주기술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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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지평선망원경#한국천문연구원#블랙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