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시간과 걷는다”…공주에서 만나는 유산 산책의 매력
요즘 백제의 숨결을 따라 걷는 이들이 늘었다. 박물관이 아니어도, 그 시대의 문화와 시간을 공주 시내 곳곳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는 교과서 속 과거였다면, 이제는 나들이와 사색, 가족과의 하루를 특별하게 만드는 현재의 일상이 되고 있다.
공주는 금강이 흐르는 자연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어우러진 백제의 옛 도읍지다. 대표적인 사찰인 마곡사는 신라 선덕여왕 시대에 창건돼 수백 년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곳의 대웅보전과 영산전, 5층 석탑을 지나 잔잔한 경내를 거닐면 역사의 숨결이 한 발 한 발마다 느껴진다. 가을이면 붉게 물든 산사 숲이 사색의 시간을 더 깊게 한다는 반응도 많다.

산사의 평온함과 달리, 금강 건너 공산성에서는 백제의 웅장함이 방문객을 맞는다. 웅진 천도 이후 건설돼 세월을 견딘 성벽, 그 끝자락에서 바라본 강과 시내는 누구에게나 인상적인 장면을 남긴다. 해 질 녘 성벽에 비치는 노을은 여행자의 카메라와 기억에 오래 남는 순간이다. 실제로 SNS에는 ‘공주 노을길’ 해시태그로 인증샷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공주시 공식 자료에 따르면 국립공주박물관 관람객과 공산성, 마곡사 방문객 모두 해마다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박물관에서는 고무령왕릉 출토 유물과 국보급 문화재 등 3만여 점의 유물을 통해 찬란했던 백제의 공예와 미감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 다양한 체험 교육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돼, 가족 단위 관람객의 재방문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렌드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과거와 현재의 시간 여행을 일상에서 찾으려는 심리”라고 읽는다. ‘빠르게만 움직이던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고요함을 느끼고, 오래된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으려는 문화가 강해졌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실제로 박물관이나 공산성 산책길을 걷고 온 방문객은 “바쁜 마음이 정리된다”, “아이들과 역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소중했다”고 표현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베이커리나 카페만 들르다 가족과 만나는 의미가 깊어졌다”, “옛길을 걷고 나니 오늘 하루가 특별하게 느껴졌다”는 감상이 많다. 누군가는 “마곡사 단풍길을 걸으며 다 잊었던 어릴 적 소풍을 떠올렸다”고 고백했다.
무심코 지나치던 석탑과 성벽, 고요한 박물관의 전시장이 이제는 일상을 환기시키는 여행지가 되고 있다. 백제의 시간은 공주에서 살아있고, 방문객들은 그 시간을 따라 걸으며 자신만의 기억을 만든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