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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수놓는 백제의 빛”…부여 정림사지에서 만나는 미디어아트의 신세계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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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전통 유산의 현장에 색다른 감각을 기대한다. 유적지는 옛 기록의 공간에서, 감동을 ‘체험’하는 미디어아트 축제의 무대로 바뀌고 있다. 부여 정림사지의 밤이 그러하다. 과거에는 조용한 고찰이었던 이곳이, 이제는 백제의 빛과 예술 속으로 스며드는 ‘예술 산책로’가 됐다.

 

부여 정림사지에서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부여 정림사지 축제’가 열린다.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등재 10주년을 맞아, “사비전승”을 주제로 2025년 10월 2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예술과 전통, 그리고 기술이 공존하는 현장을 자아낸다. 검이불루, 화이불치. 절제와 화려함이 공존했던 백제 미학이 미디어아트 작품 곳곳에 담긴다.

미디어아트부터 빛의 문양까지…‘국가유산 미디어아트 부여 정림사지 축제’ 부여에서 열린다
미디어아트부터 빛의 문양까지…‘국가유산 미디어아트 부여 정림사지 축제’ 부여에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직접 현장을 찾은 이들이 전하는 감흥에서도 확연히 보인다. “빛으로 물든 탑 아래를 걷다 보니 백제의 옛 정취가 고스란히 살아나는 듯했다”는 방문객의 말처럼, 과거와 현재가 조용히 겹쳐진 시간 속에서 새로운 예술적 경험이 이어졌다. 각 작품은 ‘여정의 길’, ‘사비의 문’, ‘빛의 탑’, ‘격동’ 등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유적의 풍경을 감각적으로 완성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야외형, 몰입형 예술 축제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다. 빛과 영상으로 재해석된 문화유산 체험은 전 세대를 아우르며, 특히 2030 청년층과 가족 단위 관람객의 발걸음을 이끈다. 단순 관람을 넘어 셀프 사진, SNS 인증샷 등 각종 디지털 기록 역시 축제의 또 다른 재미로 자리잡았다.

 

트렌드 전문가들은 “유산의 본질은 끊임없는 연결과 재해석에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를 단순히 보존하는 시대를 넘어, 오늘의 기술과 감성으로 새롭게 읽어내려는 시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는 오랜 지역 주민과 처음 방문한 이방인이 함께 ‘백제의 꿈’이 빛으로 펼쳐지는 순간을 공유하며 공감대를 키웠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런 축제가 지역을 다시 보게 만든다”, “내년에도 또 오고 싶다”는 목소리부터, “아이와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는 다양한 감상이 줄을 잇는다. 그러다 보니 문화유산은 더 이상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 모두에게 열려 있는 현재적 예술의 마당으로 거듭난다.

 

사소한 산책 같지만, 누군가의 저녁이 백제의 고요한 불빛에 물드는 순간, 일상은 또 한 번 의미를 더한다. 정림사지의 미디어아트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잇는 감성의 언어로 남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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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정림사지#백제역사유적지구#미디어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