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분의1초 희비”…유정미·김소은, 실업회장배 100m→공동 정상 등극
출발선에 퍼지던 정적은 곧장 팽팽한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마지막 10미터, 관중의 숨소리마저 멈춘 채 결승선만을 향한 두 주자의 투지가 그라운드를 뒤덮었다. 결론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동시 골인, 그 순간 유정미와 김소은의 눈에는 환희와 놀라움이 교차했다.
1일 충남 서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제1회 한국실업육상연맹회장배 육상대회 여자 100m 결승에서 유정미(안동시청)와 김소은(가평군청)이 11초944의 완벽히 같은 기록을 남기며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두 사람은 출발과 동시에 강하게 치고 나왔고, 결승선이 가까워질수록 어깨를 맞댄 채 치열한 레이스를 펼쳤다. 100분의 1초 단위까지 측정된 공식 기록은 11초944로 같았고, 최첨단 비디오 판독과 추가 데이터까지 동원됐다. 끝내 1천분의1초까지도 기록이 같음이 확인되자, 주최 측은 두 선수의 공동 1위를 선언했다. 공식 기록은 11초95, 한 치의 오차 없는 피니시였다.

여운이 가시지 않은 트랙 위에서 유정미와 김소은은 서로를 껴안으며 진심 어린 축하를 주고받았다. 박수를 보낸 관중들 역시 보기 드문 완벽 동타임의 명승부에 아낌없는 환호로 화답했다. 동메달은 12초08의 류지연(안동시청)이 차지했다.
같은 날 펼쳐진 남자 100m 결승에서도 서민준(서천군청)이 자신의 개인 최고기록인 10초35에 다시 도달하며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뒤이어 이용문(국군체육부대)이 10초37로, 김태효(광주광역시청)는 10초39로 각각 은, 동메달을 손에 넣었다. 남자부 역시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숨 가쁜 접전이 이어졌고, 매 순간 변화하는 순위에 현장은 뜨거운 에너지로 들끓었다.
경기 종료 후 유정미는 “이렇게 우승을 함께하게 돼 특별하다. 김소은 선수와 서로를 응원하게 돼 기쁘다”고 전했으며, 김소은 역시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지만, 멋진 결과여서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두 선수는 자신을 넘어선 누군가와의 선의의 경쟁, 그리고 아름다운 결과에 모두 웃음 지었다.
이날 경기로 실업 육상 무대는 앞으로 펼쳐질 전국실업육상선수권, 전국체전 등 주요 대회를 앞두고 한층 더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여자부에서 확인된 완벽 동률의 각축, 남자부 서민준의 꾸준한 성장세는 한국 육상 단거리 종목의 새 흐름을 예감하게 했다.
1천분의 1초 차이도 허락하지 않는 전장의 숨결.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환호와 두 손 맞잡은 승자들은 기록과 순간, 그리고 인간 승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실업육상연맹회장배의 격전과 여운은 올해 하반기 전국체육대회 등 여러 무대에서 다시 펼쳐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