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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MLB 선발승 달성”…엔스, 4년 만의 빅리그 복귀→디트로이트 8-0 완승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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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MLB 선발승 달성”…엔스, 4년 만의 빅리그 복귀→디트로이트 8-0 완승 견인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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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는 순간, 지난 세월의 무게까지 그의 어깨 위에 얹힌 듯했다. 하지만 마운드에 오른 엔스의 표정에는 더 이상 미련도 두려움도 남지 않았다. 4년 만의 빅리그 복귀 무대, 그는 묵묵히 공 한 개 한 개를 쌓아 올렸다.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소속 디트릭 엔스는 27일 미국 미시간주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2025 MLB 애슬레틱스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했다. 엔스는 총 5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만을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고, 4개의 삼진을 곁들여 팀의 중심을 잡아냈다.

“첫 MLB 선발승 달성”…엔스, 4년 만의 빅리그 복귀→디트로이트 8-0 완승 견인 / 연합뉴스
“첫 MLB 선발승 달성”…엔스, 4년 만의 빅리그 복귀→디트로이트 8-0 완승 견인 / 연합뉴스

특히 3회 맥스 슈먼을 상대로 유격수 옆을 빠져나가는 안타를 허용했으나, 이후 긴장감을 잃지 않고 후속 타자들을 묶어내는 침착한 투구가 돋보였다. 이날 엔스는 최고 시속 152㎞의 직구 37개를 앞세웠고, 체인지업 23개, 컷 패스트볼 8개, 커브 7개, 싱커 2개 등 다양한 구종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애슬레틱스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디트로이트는 엔스의 선발 호투에 힘입어 애슬레틱스를 8-0으로 완파하는 데 성공했다. 팀 타선도 꾸준히 득점을 올리며 투수진의 부담을 덜었고, 승리의 분위기 속에서 시즌 상승세를 예고했다. 더욱이 이날 승리는 엔스가 프로 통산 12번째 메이저리그 등판 만에 얻어낸 첫 선발승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더했다.

 

엔스는 2012년 뉴욕 양키스에 신인 지명된 이후, 2017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빅리그 데뷔를 했다. 주로 구원 투수로 활약해왔고, 2021년에는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9경기를 소화했다. 이후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언스와 KBO리그 LG 트윈스, 두 리그를 거치며 커리어를 이어갔다. 2023년 LG 트윈스에서는 13승 6패, 평균자책점 4.19로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지만, 재계약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별 후 엔스는 디트로이트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어 메이저리그 재진입을 꿈꿨다. 선발진의 부상과 팀 상황이 맞물리면서, 4년 만에 다시 빅리그 마운드를 밟았고, 첫 선발승이라는 결실까지 맺었다. 엔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빅리그로 돌아오고자 긴 여행을 했는데, 오늘 엄청난 선물을 받았다”고 감격을 전했다.

 

이번 완승을 통해 디트로이트는 남은 시즌 동안 선두권 경쟁 동력을 마련했다. 엔스의 투구는 팬과 동료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팀의 선발진 강화에도 힘이 실렸다. 앞으로 디트로이트가 이어갈 경기에서 엔스의 역할이 더욱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긴 기다림 끝에 써 내려간 승리의 한 줄. 묵묵하게 공을 던지고, 살아온 시간을 담아내는 선수의 표정이 이날 그라운드를 지났다. 깊은 여운을 남긴 이 기록은 6월 27일 새벽 코메리카파크에서, 기다림이 빚어낸 빛의 순간이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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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스#디트로이트#ml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