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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식 회색지대 도발 대비 필요”…미국 전문가, 한미동맹 리스크 경고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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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비대칭 도발에 대한 경고가 미국 안보 전문가로부터 제기됐다. 주요 싱크탱크 인사들은 한미동맹의 전통적 대응 체계로는 북한발 ‘회색지대’ 공격, 즉 전면전 직전의 기습 도발을 억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북한과 한미간 힘겨루기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다가오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둘러싸고 북미대화 가능성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슬랜틱카운슬의 인도 태평양 안보 부문 책임자인 마커스 갈라우스카스는 9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온라인 대담에서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파괴할 역량이 없었지만 어쨌든 공격했다”며, 북한이 한국을 압도할 군사력이 부족하더라도 도발을 감행할 명분과 의지는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동맹 대응의 사각지대를 노린 북한의 회색지대 공격은 매우 실질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동해·서해 해상, 비무장지대(DMZ), 상공 등에서 북한이 전술적 우위를 발휘할만한 여러 옵션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갈라우스카스는 “정치적, 작전 및 전략적 측면에서 한미가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회색지대 공격의 특징”이라며 “향후 한미는 이러한 도발에 더 주도적이고, 위험을 감수하는 억지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시드니 사일러 선임연구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를 ‘북미 정상 간 직접 대화를 성사시키는 것’으로 꼽았다. 사일러 연구원은 “오는 31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가 북미 정상회담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대화 성사에 대한 공이 돌아가는 상황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는 북한이 남한의 중재자 역할 자체를 부담스러워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비슷한 형태의 도발이 반복되는 가운데, 한미동맹의 억지력 재정비 및 경계 강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북핵 위협과 연계한 회색지대 전략 도입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수면 위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공조 및 한반도 정세 안정화 방안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북한의 창의적 도발 시나리오에 대응 방식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외교 및 안보 부처는 동맹국 협의 강화와 단호한 억지 수단 마련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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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갈라우스카스#한미동맹#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