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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 입은 4할 타자”…테드 윌리엄스, 한국전 참전→MLB 영웅의 또 다른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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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 입은 4할 타자”…테드 윌리엄스, 한국전 참전→MLB 영웅의 또 다른 기록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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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르던 전투기 조종석, 그곳에 앉았던 테드 윌리엄스는 더이상 한 명의 타자가 아니었다. 그라운드의 뜨거운 환호보다는 전장에 드리운 묵직한 침묵 속에서, 그는 생과 사의 경계에 섰다. 야구공보다 무거웠던 그의 결심은 메이저리그의 전설로 남으며, 한국전쟁 발발 75주년을 맞은 지금도 더욱 깊은 울림으로 메아리치고 있다.

 

1950년 6월 시작된 한국전쟁은 많은 미국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데려갔다. 윌리엄스 역시 선수로서 최고의 순간에 다시 군인이 됐다. 앞서 제2차 세계대전에 복무한 시험비행사였던 그는, 1952년 해병대 전투기 조종사로 이번엔 F9F 팬서기를 타고 출격했다. 실제 39회나 임무를 수행하며, 우주비행사 존 글렌과 함께 그 험난한 하늘을 가로질렀다. 한 차례 평양 상공에서 진압포에 맞은 기체로 강착할 뻔했던 순간, 그의 이름엔 투수 기록보다 뜨거운 용기가 더해졌다.

“군복 입은 4할 타자”…테드 윌리엄스, 한국전 참전→MLB 영웅의 또 다른 기록
“군복 입은 4할 타자”…테드 윌리엄스, 한국전 참전→MLB 영웅의 또 다른 기록

테드 윌리엄스의 선택은 그의 명성 이상으로 깊은 존경을 받았고, 우리나라 국가보훈부도 6.25 전쟁영웅으로 선정하며 그 헌신을 기려왔다. 윌리엄스는 자신이 야구 경력에 손실을 입고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제리 콜먼 역시 MLB 역사에 단 하나뿐인 이중 참전 영웅이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두 곳에서 120여 차례 전투비행을 모두 완수한 그는 1950년 월드시리즈 MVP 영예를 지녔으나, 복무 후 타석에서는 예전 같은 불꽃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해설자로 변신하며 다시 야구계에 우뚝 섰다.

 

내야수 바비 브라운도 한국전 군의관으로 참전했다. 그는 월드시리즈 1차전과 인천항 도착이 겹친 아픔을 평생 간직했다. 심장 전문의, MLB 사무직 등 다양한 역할로 이후 길을 이어갔다. 연고 없는 타향에서 목숨을 바친 유일한 MLB 선수 밥 네이버스 역시 1952년 폭격 임무 도중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명예의 전당 헌액자 윌리 메이스와 화이티 포드 역시 각각 미국 본토에 복무하며 선수 커리어를 잠시 멈췄다. 그럼에도 전쟁 뒤 그라운드로 복귀해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 ‘미스터 컵스’ 어니 뱅크스는 독일에서 복무한 후 제대한 뒤, 마침내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다.

 

연병기와 배트 대신 총과 심장을 내놓았던 스포츠 영웅들은, 75년이 지난 오늘도 팬들과 야구계에 깊은 메시지를 던진다. 자유와 책임, 헌신의 의미는 기록보다 선명하게 남아 새로운 세대를 향해 되새김질되고 있다.

 

스포츠를 넘어선 희생, 한반도를 둘러싼 첨예한 역사의 순간마다 미국 MLB 선수들의 삶이 또 한 번 조명되고 있다. 미국야구계는 올해 참전한 선수들을 추모하고, 이들이 남긴 선택의 무게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야구의 감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늘과 그라운드를 오갔던 영웅들의 그림자는 지금도 야구장 구석구석을 맴돈다. 2024년, 팬들은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자리에 서서, 볼넷처럼 점묘된 영웅의 서사를 조용히 기억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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