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구름 뚫고 완주”…최경선, 세계선수권 29위→AG 2회 연속 메달 잰걸음
비가 내린 도쿄, 거리마다 응집된 긴장과 응원의 물결 속에 최경선의 질주는 시작됐다. 무엇보다 출발선에 서는 순간부터 완주를 향한 다짐이 깊게 스며 있었다. 그리고 2시간35분42초, 국립경기장 트랙을 밟는 그녀의 모습에는 8년간 쌓인 노력이 절절히 응축돼 있었다. 팬들은 결승선을 넘는 장면에 긴 한숨과 기쁨을 동시에 토해냈다.
2025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마라톤은 일본 도쿄 도심과 국립경기장에서 열렸다. 세계 각국의 대표 73명과 함께 레이스를 펼친 최경선은 출발 직후부터 차분하게 자신의 페이스를 지켜 나갔다. 예기치 않은 악천후와 도로 상황의 변수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경기 막판까지 속도를 조절해가며 29위라는 성적으로 완주를 이뤄냈다.

대한육상연맹은 해당 대회에서 2시간40분 이내 기록과 35위 내 입상을 달성하면 2026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자격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최경선은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며 본인 스스로 자격을 증명했다. 특히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금지약물 후폭풍 속 동메달을, 2017년 런던 세계선수권에선 중도 부상 이후 완주 투혼을, 2021년 도쿄올림픽에선 근육 경련으로 흔들리는 와중에도 2시간35분33초로 완주시켰던 지난 여정들이 더욱 값지게 다가온다.
이번 레이스에서 임예진도 2시간38분31초로 37위에 올랐다. 우승은 케냐의 페레스 제프치르치르가 차지했다. 2시간24분43초로 세계선수권 사상 처음 정상에 올랐다. 티지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가 단 2초 차로 2위에 이름을 올렸고, 훌리아 파테르나인(우루과이)은 2시간27분23초의 기록으로 우루과이 최초의 세계선수권 여자 마라톤 메달리스트가 됐다.
최경선의 결승선 통과는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베테랑만의 무게감이 엿보인 순간이었다. 당장의 결과를 넘어 내년 아시안게임에서의 2회 연속 메달 도전에 청신호를 켰다는 의미도 크다. 가을비가 내리는 도쿄에서, 그녀의 또 한 번의 도전 서사가 시작됐다.
마라톤만의 고독과 응원이 교차하는 결승선에서, 최경선은 다음 목표를 조용히 응시했다. 새벽에도 끊이지 않을 치열함, 만족보다 성장을 택하는 믿음이 묻어나는 얼굴이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마라톤의 여운은 9월 14일 경기와 함께 팬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