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리플 XRP 상품 취급 여지 커졌다”…미국 SEC 심사 진전, 가상자산 규제 지형도 변하나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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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9일, 미국(USA) 금융당국이 리플 XRP(엑스알피) 현물 상장지수펀드(현물 ETF) 심사를 한 단계 진전시켰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의 ‘Franklin XRP Trust’ 관련 변경 등록 서류를 수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상자산이 전통 금융 규제 틀 안으로 편입되는 흐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다만 아직 최종 승인까지는 거리가 남아 있어 시장의 과열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타임스 타블로이드(Times Tabloid)는 Kenny Nguyen의 게시글을 인용해 SEC가 프랭클린 템플턴이 제출한 S-1 등록 서류의 수정본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S-1은 미국 기업이 새로운 증권을 공모하거나 상장할 때 제출하는 핵심 등록 문서로, 상품 구조와 위험요인, 수수료 등을 상세히 담는다. 프랭클린 템플턴은 수정안에서 ETF가 코인베이스 커스터디(Coinbase Custody)를 통해 리플 XRP를 보유하는 구조라고 명시했다. 특히 등록 효력을 지연시킬 수 있는 ‘섹션 8(a)’ 조항이 삭제돼, SEC가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제출 후 2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효력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SEC, 리플 XRP 현물 ETF 승인 논란…제도권 편입 신호인가
SEC, 리플 XRP 현물 ETF 승인 논란…제도권 편입 신호인가

프랭클린 템플턴은 이 ETF를 시카고옵션거래소 계열의 Cboe BZX 거래소에 상장하는 계획도 제시했다. 보도에 따르면 SEC는 이번 상품을 BZX 규정 14.11(e)(4) 조항, 즉 금 등 실물자산을 담는 상품기반 신탁수익증권 규정을 적용해 검토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리플 XRP가 기존 가상자산이 아니라 상품(커머디티)에 가까운 자산으로 취급될 수 있는 통로를 넓히는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져온 만큼, 규정 선택만으로도 시장에는 상징적인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ETF 구조 설계에서도 특징이 드러난다. 수정된 S-1에 따르면 리플 XRP 원장(XRP Ledger)에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포크(체인 분리)나 에어드롭(무상 분배)은 신탁 재산에서 배제되고, 주주에게도 별도 분배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포크와 에어드롭으로 새로운 토큰이 생기며 회계 처리와 공시, 세무 문제가 복잡해지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이번 구조는 이런 불확실성을 사전에 차단해 운용·규제 리스크를 낮추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리플 XRP 현물 ETF가 실제로 상장될 경우, 그동안 규제나 내부통제 문제로 가상자산 직접 보유를 꺼리던 연기금, 자산운용사, 기업 재무부서 등 기관투자가의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현물 ETF는 기초자산을 실제로 보유하면서도 일반 증권계좌를 통해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어, 투자자가 별도의 지갑이나 커스터디 서비스를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규제된 ETF를 통한 ‘우회적 참여’ 채널이 열리면, 일정 수준 이상의 제도권 자금이 리플 XRP 가격 흐름에 연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SEC의 이번 검토 방식은 가상자산 규제 지형에도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SEC가 Cboe BZX 거래소의 상품기반 신탁수익증권 규정을 근거로 리플 XRP ETF를 심사할 경우, 유사한 구조를 채택하는 다른 가상자산 ETF에도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 가상자산 전체 시장이 규제 불확실성에서 점차 벗어나 전통 금융시장과의 경계가 옅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리플 XRP가 상품형 ETF 틀 안에 들어가면, 다른 주요 코인도 동일한 궤적을 따라가려는 시도가 잇따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SEC가 아직 공식 보도자료나 명시적인 최종 승인 발표를 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이 열렸다’는 표현은 과도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타임스 타블로이드 보도 내용대로 S-1 등록이 20일 후 자동 효력을 얻게 된다 하더라도, 실제 상장과 거래 개시까지는 창·환매 메커니즘 구축, 유동성 공급 계약, 마케팅 전략, 추가 수탁 인프라 정비 등 상당한 실무 절차를 거쳐야 한다. SEC가 심사 과정에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조건부 승인을 내세울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규제 리스크는 여전히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SEC는 그동안 가상자산 ETF 심사에서 기간 연장과 보완 요구를 반복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이번에 섹션 8(a) 조항이 삭제됐다고 해서 향후 추가 검토나 새로운 조건 부과가 없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는 셈이다. 규제 환경 변화나 감독 당국 인식의 미세한 변화만으로도 상장 일정이 지연되거나 상품 구조 조정이 요구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장 내 전망은 엇갈린다. 낙관론자들은 리플 XRP 현물 ETF가 실제 거래를 시작하면, 전통 금융시장 안에서 리플 XRP에 대한 수요와 유동성이 확대되고 가격 발견 기능도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 해킹과 보안, 내부통제 문제를 우려하던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규제된 ETF 구조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통로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ETF 구조에서 포크·에어드롭 등 잠재적 추가 수익원이 배제된 점을 들어, 일부 투자자에게는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또 상장 기대감이 선반영돼 가격이 과열될 경우, 조정 국면에서 투자 손실이 확대될 위험도 경고한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로는 세 가지가 꼽힌다. 첫째, SEC 전자공시와 공식 발표에서 Franklin XRP Trust의 효력 발생 시점과 조건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다. 둘째, Cboe BZX 거래소가 상장일과 종목 코드, 시장조성자(MM) 구성을 포함한 세부 일정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개하는지다. 셋째, 상장 이후 초기 거래에서 리플 XRP ETF의 거래량과 괴리율이 어느 수준에서 안정되는지에 따라, 추가 가상자산 ETF 승인 속도와 시장 신뢰도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종합하면 Kenny Nguyen의 게시글을 계기로 부각된 리플 XRP 현물 ETF 기대감은 프랭클린 템플턴의 S-1 수정과 지연 조항 삭제로 한층 구체화된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SEC의 공식적인 최종 승인과 실제 거래 개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단계는 ‘유력한 가능성’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이 만나는 새로운 실험대가 펼쳐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들은 기대와 경계 사이에서 규제와 시장 환경 변화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국제사회는 이번 움직임이 향후 가상자산 규제와 금융시장 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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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리플xrp#프랭클린템플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