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외압 핵심 등장”…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특검서 첫 피의자 소환
수사외압 논란이 채상병 사망사건을 둘러싸고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23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대통령실까지 지목된 외압 의혹이 한층 정국을 흔들고 있다. 수사 83일 만에 핵심 인물이 출석한 상황에서, 특검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와 맞물려 수사 기간도 최대 11월 말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이종섭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서초구 특검사무실에서 “성실히 조사받도록 하겠다”고 짧게 언급하며 조사를 시작했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에게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결과 결재 경위, 윤석열 전 대통령의 2023년 7월 30일 지시와 이에 따른 조치, 해병대 수사 기록 이첩 보류 지시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특히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채상병 사망 당시 국방부 수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수사 결재를 번복한 당사자로, 그간 ‘VIP 격노설’ 등 의혹의 핵심 고리로 지목돼왔다.

앞서 이 전 장관은 특검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VIP 격노’ 회의 직후 윤 전 대통령과 전화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해당 통화가 대통령실 명의 유선전화 ‘02-800-7070’으로 밝혀지면서, 수사 외압 의혹의 출발점이 명확해졌다는 평가다. 이 전 장관은 현재 출국금지 조처가 내려진 상태이며, 지난해 3월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도피성 출국 논란도 불거졌다. 지난 17일에는 참고인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대사나 특사직을 직접 제안했다는 취지로 진술해, 임명 경위 관련 추가 의혹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조사할 내용이 많아 세 차례 이상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전 장관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직접 향하게 될 전망이다.
한편 특검팀은 채상병 사건 발생 당시 국방부 2인자였던 신범철 전 차관도 9일 만에 다시 소환해 사실관계 조사를 이어갔다. 아울러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역시 6번째 소환 조사를 받으며, 해병대 수사단 초동수사 보고와 기록 이첩 과정 전반에 대해 직권남용 및 모해위증 혐의로 조사가 이뤄졌다. 김 전 사령관은 초반 ‘VIP 격노설’에 대해 부인하다가 지난 7월 2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특검 관계자는 “김 전 사령관 조사 진척이 더뎌 24일 추가 소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고인 신분임에도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는 이종호 전 해군참모총장에 대해서는 공판이 시작되면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을 밝혔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특검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순직해병특검의 수사 기간도 11월 말까지 두 차례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존에는 특검 재량으로 30일 연장, 대통령 재가를 통해 30일 추가 연장이 가능했지만, 개정 후에는 특검 재량으로 ‘30일씩 2회’ 연장이 가능해진다. 순직해병특검은 이미 29일까지로 기간이 한 차례 연장된 상태이다.
정 특검보는 “내일이나 모레 수사 기간 연장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3대 특검 가운데 아직 기소나 구속 사례가 없다며 수사가 지연된다는 일부 지적이 제기된 데 대해, “직권남용 혐의는 법정에서 치열하게 다퉈지는 대표적인 범죄”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진술이 엇갈려 진술 재확인, 압수수색 등 보완 절차를 병행해왔다”며 “개정법에 따라 11월 말 전에는 실질적 수사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이종섭 전 장관 소환을 계기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와 연결되는 외압 의혹이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검팀은 추가 소환 조사와 핵심 증인 신문을 이어가며 수사 종결을 본격 준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