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여행자 맥락 읽는다”…부킹닷컴, 관련성 중심 전략 공개
인공지능(AI) 기반의 여정 설계와 추천이 글로벌 여행산업의 판을 바꾸고 있다. 온라인 여행 플랫폼 부킹닷컴은 싱가포르에서 아시아태평양 언론을 대상으로 열린 ‘트러스트 서밋’을 통해 여행 경험에 있어 ‘개인화’보다 ‘관련성’을 최우선하는 AI 전략을 공식화했다. 이는 단순히 이용자별 추천을 넘어, 사용자가 특정 시점·상황에서 원하는 정보와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AI가 맥락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는 이번 발표를 여행AI 진화의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부킹닷컴이 제시한 AI 전략의 핵심은 고객 경험을 결정하는 요인이 개개인마다, 그리고 시간대마다 달라진다는 문제의식이다. 상품개발 총괄인 에이드리언 엥기스트 시니어 디렉터는 “여행자가 가족, 출장자, 모험가 등 여러 역할을 오가며 기대도 바뀐다. 그래서 단순화된 데이터 기반의 ‘개인화’ 대신, 지금, 여기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관련성’이 AI 설계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부킹닷컴은 방대한 숙소·여행 데이터셋에서 이용자 별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맥락적 결과 필터링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기술적 구현 측면에서는 AI를 예약 도우미에서 전체 여정 동반자로 전환하는 전략이 뚜렷하다. 생성형 AI 기반 챗봇 ‘AI 트립 플래너’가 그 대표 사례다. 이 시스템은 예약뿐 아니라 일정 추천, 여행지 정보, 이동 편의까지 통합 제공하게 설계된다. 미국, 싱가포르 등 일부 지역에서 베타 서비스 중이며, 한국에도 올해 말 도입이 예고돼 있다. 기존 룰 기반 추천을 넘어, 자연어 이해와 맥락 반응력 중심의 의미 기반 인터페이스로 진화한다는 것이 부킹닷컴의 설명이다.
시장 조사에서도 AI 도입에 대한 소비자 기대와 불확실성이 공존했다. 부킹닷컴이 33개국 3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I 소비자 신뢰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91%가 AI 도입에 긍정적 전망을 나타냈다. 그러나 실제로 ‘AI 제공 정보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약 6%에 불과해, 기술의 도움은 원하지만 판단의 주체는 여전히 사람이길 바라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쟁 플랫폼들도 AI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부킹닷컴은 고객 정보 제공의 통제권을 강화하고 윤리·책임 원칙을 AI 개발의 출발점에 둔 점을 내세운다. 엥기스트 디렉터는 “AI는 여행자의 선택을 대신하는 존재가 될 수 없다. 신뢰와 품질, 지속가능성, 그리고 윤리적 설계가 여행AI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구글, 에어비앤비, 엑스피디아 등도 생성형 AI 기반 여행 비서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개인정보보호, AI 알고리즘 투명성, 이용자 선택권 보장 등 제도 논의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여행은 실시간 추천·경로안내 등 개인정보 활용이 직접적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데이터 보호와 설계 내역 공개 등이 핵심 기술과제다.
업계 전문가들은 여행AI가 이용자 맥락 이해를 실제 서비스에 구현하고, 동시에 윤리·투명성 원칙을 준수할 수 있느냐가 글로벌 표준이 될 것으로 본다. 산업계는 여행AI가 실제 시장에 안착할지, 신뢰와 품질 경쟁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