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서 간첩 적발된 현실"…국민의힘, 국가보안법 폐지 추진에 강경 대응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이 다시 격돌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범여권이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발의하자 국민의힘이 안보 위협을 거론하며 강력 반발했다.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이어지는 정국에서 안보법제를 둘러싼 공방이 정치권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를 열고 범여권의 폐지 시도를 정면 비판했다. 토론회는 이날 오후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최근 간첩 사건을 언급하며 안보 현실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노총에 북한 지령을 직접 받아 간첩 활동을 한 사람들이 잡혀 중형을 선고받는 현실"이라며 "누구를 위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는 것이냐"고 말했다. 한국 사회 내부에서 실제 간첩 활동이 적발된 점을 들어 국보법 존치를 주장한 셈이다.
송 원내대표는 또 대공수사 체계 변화와 관련해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공수사 역량 공백이 발생한 상태에서 법까지 손보는 것은 위험하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 판단도 근거로 제시했다. 송 원내대표는 1991년 이후 헌법재판소가 이적행위 찬양·고무를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제7조 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8차례 내린 점을 언급하며 "국가보안법은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법이라고 국민이 인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반복된 합헌 결정이 국보법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성 의원은 "방첩사령부도 다 쪼개서 뿔뿔이 깨고 간첩들이 활동할 천국을 만들어주겠다는 게 집권여당"이라며 "이 법을 보호하지 않으면 박수칠 나라는 북한과 주변국"이라고 말했다. 군 방첩 기능 개편과 국보법 폐지 논의를 연결 지으며, 여권의 안보 정책 전반을 겨냥한 셈이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남북 군사 대치를 고려할 때 국보법 폐지는 시기상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적대적 태도를 드러내는 상황에서 법을 폐지한다는 것은 칼을 든 적 앞에서 방패를 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안보법제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등 범여권 인사들은 2일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공동으로 대표 발의했다. 거대 야당과 신생 진보 정당들이 함께 국보법 전면 폐지를 추진하면서 여야 구도가 선명해지는 모양새다.
폐지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제안 설명에서 국보법의 역사적 성격과 표현의 자유 침해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가보안법의 대부분 조항은 이미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보에 필요한 처벌 규정은 일반 형법과 개별 특별법으로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남북관계 변화와 인권 기준을 고려할 때 국보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면 보수 진영과 안보 전문가 다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해킹과 여론조작 등 비대칭 도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는 안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여야 입장 차는 당분간 좁혀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토론회 등을 통해 국보법 필요성을 부각하며 범여권 폐지안을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은 국보법이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제약해 왔다고 보고 입법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관련 상임위는 앞으로 국보법 폐지안 심사에 착수할 경우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정치권은 국가안보와 인권 보호 사이 균형을 두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으며, 국회는 다음 회기에서 법안 심사 일정을 조율하며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