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탈삼진 몰아친 집중력”…김건우, KIA전 역투→SSG 준PO 매직넘버 '5'
인천 SSG랜더스필드의 가을 아침, 김건우가 마운드 위를 지배했다. 흔들림 없는 눈빛,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의 회전, 관중은 투구 하나하나에 숨을 삼켰다. 1회부터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흐름을 장악한 그는, 결국 5⅓이닝 12탈삼진, 1피안타 무실점이라는 기록으로 팀을 준플레이오프 직행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했다.
23일 펼쳐진 2024 프로야구 KBO리그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의 대결에서 SSG는 선발 김건우의 괄목할 만한 호투에 힘입어 5-0 승리를 거뒀다. 이번 승리로 SSG는 시즌 중요한 고비에서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한 매직넘버를 ‘5’로 줄이며 포스트시즌의 향방에 결정적인 우위를 점했다. 김건우는 지난 8월 10일 롯데전 이후 44일 만에 1군 승리를 추가하며 시즌 내내 고심해온 변화의 결실을 스스로 증명했다.

이날 김건우는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이닝(종전 5이닝)과 최다 탈삼진(12개) 기록을 동시에 넘어섰다. 특히 4회 2번째 타자 김선빈부터 6회 첫 타자 정해원까지 6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마운드 위 흐름을 완전히 끌어왔다. 이번 12탈삼진 기록은 2024시즌 KBO리그 토종 투수로는 한 경기 최다 기록 타이이자, 박세웅(롯데)이 4월 17일 세웠던 수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으로 더욱 빛났다.
경기 후 김건우는 "더 나은 투구를 위해 2군에서 슬라이더 그립 등 투구폼 변화에 도전해왔다"며 “오늘 가장 편한 밸런스를 찾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2군에서 37일간의 노력 끝에 손에 넣은 결과물이 이날 완벽한 투구로 이어진 셈이다. 함께 배터리를 이룬 포수 조형우 역시 “김건우가 경기 전부터 자신감 넘쳤고, 위력적인 직구와 변화구 조합 모두 흔들림 없었다”고 평가했다. 지휘봉을 든 이숭용 감독 역시 “김건우의 오늘 투구는 올 시즌 최고였다. 2군에서의 변화와 노력 결과임이 확실하다”며 치켜세웠다.
SSG 전체적으로도 이날 승리는 팀에 결정적인 분기점이 되기에 충분했다.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한 경기, 한 경기의 무게가 커지는 막판. 준플레이오프 직행 매직넘버를 ‘5’로 줄인 점은 팀 내 분위기 반전에 큰 힘을 실었다. 김건우의 활약은 곧 다음 경기와 향후 순위 다툼의 변수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친 더위 아래서도 쉼 없이 내달린 선수들, 순간의 환희가 스며든 야구장의 밤, 언젠가 기록 너머의 기억으로 남을 김건우의 역투는 관중의 마음을 오래 움직였다. SSG의 올 가을, 그 마운드 위엔 또 어떤 이야기가 새겨질지 팬들은 숨죽인 기대를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