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ESG 최고등급 AAA"…한화시스템, 국내 방산기업 첫 기록
방위산업을 둘러싼 국제 규범과 시장 기준이 ESG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 대표 방산기업 한화시스템이 글로벌 평가기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MSCI의 최고 등급을 따내며 주목을 받고 있다. 방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논쟁과 함께 국방 산업 정책 전반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화시스템은 19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발표한 2024년 ESG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AA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MSCI ESG 평가는 전 세계 8천500여 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환경, 사회적 책무, 기업지배구조 개선 수준과 비재무적 리스크 관리 역량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AAA부터 CCC까지 7단계 등급을 매긴다.

MSCI 측 분류에 따르면 AAA는 우주항공·방위산업 부문 평가 대상 기업 가운데 상위 7% 이내에만 부여되는 등급이다. 한화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방산기업이 이 등급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한화시스템이 그동안 투자해 온 기후변화 대응 기술과 공급망 관리, 조직문화 개선 작업이 국제 기준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로 인정받았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한화시스템은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대응을 겨냥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온 점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회사 측은 재난 대응, 에너지 효율, 친환경 기술 등 영역에서 장기 R&D를 진행해 왔으며, 이를 통해 환경 관련 리스크를 줄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협력사 상생 생태계 구축을 위한 교육·지원 활동을 강화해 온 것이 사회적 책무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협력사 대상 ESG 교육, 공정거래 준수 지원, 생산성과 안전 강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공급망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 했다는 설명이다.
기업지배구조와 인적자원 관리 측면에서도 내부 개혁 노력이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시스템은 임직원 역량 강화 교육 확대, 인사·평가 제도의 고도화, 소통 중심 조직문화 확산 작업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디지털 역량 교육과 경력 개발 지원 등 인재 육성 정책도 함께 강조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더욱 강화해 책임 있는 첨단 방산·우주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ESG 요구 수준이 계속 높아지는 국제 시장에서 방산기업 역시 환경·인권·지배구조 전 영역에서 책임성을 입증해야 수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적으로 방산기업을 둘러싼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군수 생산 활동에 대한 윤리 논쟁이 이어지는 한편, 각국 정부와 투자기관은 안보와 인권 기준을 함께 고려한 새로운 ESG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위산업계는 무기체계의 민간 전용 기술 확장, 탄소배출 저감형 생산 설비 구축, 인공지능 등 신기술의 책임 있는 활용을 통해 ESG 리스크를 낮추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외교 현장에서도 ESG 성과를 갖춘 방산기업의 역할이 점차 부각되는 분위기다. 정부가 방산 수출을 경제 성장 축으로 제시하는 가운데, 수출 상대국들은 무기체계의 성능뿐 아니라 공급망 투명성, 부패 방지, 인권 보호 체계 등 비재무 요소도 중요한 협상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방산기업들이 국제 ESG 평가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느냐가 향후 정부의 방산 수출 전략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방산 육성 정책과 ESG 규범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더 확산될 전망이다. 국회는 향후 국방 산업 관련 입법과 예산 심의 과정에서 기후 대응, 공급망 인권, 투명한 지배구조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와 국회는 방위산업의 국제 경쟁력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강화하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