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경고에 달러화 10% 급락”…시장, 미중 갈등 고조→글로벌 불확실성 증폭
달러화가 깊고 푸른 밤의 저편으로 미끄러지듯 3년 만에 가장 낮은 자리를 기록했다. 세계가 잠잠한 듯 보이는 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재압박 발언이 금융시장에 예민한 떨림을 흩뿌렸다. 오래된 강자였던 달러, 그러나 올해 들어 줄곧 이어진 미중 무역 긴장과 지정학 불확실성, 그리고 금리 인하 기대 심리 속에 결국 10%의 큰 폭 하락을 허락했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달러화는 유로와 파운드, 그리고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 최대 1% 추가 하락하며, 2022년 3월 이래 가장 약한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장중 유로화는 2년 8개월 만에 최고치인 1유로당 1.158달러에 거래되며, 대서양 양편의 온도차를 웅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시점부터는 단지 서한을 보낼 뿐”이라며 15개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단호한 태도를 예고했고, 상호관세 유예가 곧 막을 내릴 것이란 우려가 시장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무역 전장을 넓히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소리와 동시에, 중동의 격화된 정세가 환율의 불안을 더했다. 이란 핵합의 5차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과 미국의 이라크 주재 대사관 직원 철수 결정은 지정학적 위기감을 키웠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하락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해석이 힘을 얻으며, 미국에 대한 투자매력은 상대적으로 퇴색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 인하 종료를 시사하며 유로화에는 훈풍이 불었다.
달러화의 가파른 하락은 단지 한 해의 지표가 아니라,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투자자 이탈, 그리고 미국 ‘예외주의’ 신화가 흔들리는 거대한 변화의 징후로 해석된다. 미쓰비시UFJ의 데릭 할펜니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무역 긴장 재점화를 분명히 알렸다”고 진단했고, 영국 아비바 인베스터스의 바실리오스 기오나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리스크 프리미엄이 오르며 달러 약세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국제사회는 무역과 지정학적 변수, 그리고 통화정책의 변동성을 예의주시하며, 달러의 추가 약세 가능성과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에 대비하고 있다. 이 흐림과 흔들림의 시대, 글로벌 경제는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는 긴 호흡 속에 머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