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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강 사이 걷다”…단양에서 발견한 여름의 여유와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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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강 사이 걷다”…단양에서 발견한 여름의 여유와 설렘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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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요즘엔 단양을 찾는 여행자가 부쩍 늘었다. 한때 패러글라이딩의 명소로만 알려졌던 이 작은 도시는 이제 ‘산과 강, 그리고 느긋한 여유를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곳’으로 일상을 잠시 벗어난 이들에게 새로운 쉼표처럼 다가온다. 남한강 위 세 개의 봉우리가 연출하는 장관, 도담삼봉 앞에 서면 누구나 잠시 말을 잊곤 한다.

 

SNS에는 만천하스카이워크에서 투명 유리 바닥 위를 걷는 인증샷이 잇따라 올라온다. 스릴과 시원한 전망이 교차하는 이곳에서, 지친 마음에 바람이 스며든다는 후기도 많다. 여행객 이민지(27) 씨는 “유리 바닥 위에 서는 아찔함도 좋았지만, 사방을 감싸는 녹음과 강물 소리가 퍽 위로가 된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단양읍엔 짚와이어, 알파인코스터 등 짜릿한 레저가 늘어 예전보다 젊은 여행자의 발길도 잦아졌다.

출처=포토코리아
출처=포토코리아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단양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만천하스카이워크 방문객은 전년 대비 약 15% 늘었고, 단양구경시장은 주말마다 인파로 북적인다. 시장 안 마늘 통닭과 마늘 만두, 해장국집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며, 지역 특산품도 여행의 또 다른 재미가 된다.

 

트렌드 분석가 홍유진은 “도시인의 여행에는 더 이상 먼 곳이나 큰 명분이 필요하지 않다. 단양처럼 ‘풍경, 체험, 음식, 이야기가 한 번에 있는 곳’이 새로운 리프레시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도담삼봉 근처에서 찍은 사진만 보면 마음이 시원하다”, “수양개빛터널 지나면서 색다른 경험을 했다는 느낌,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다. 가족 단위 방문객은 다누리아쿠아리움에서 아이와 함께 민물고기를 관찰하며 소소한 추억을 남긴다.

 

이곳의 여름은 조금 더 다채롭다. 온달과 평강공주 설화가 깃든 온달관광지에서 지나온 이야기를 떠올리고, 수양개 터널 속 빛과 미디어 아트에 몰입하는 동안 일상이 잠시 멀어진다. 여행을 다녀온 한 직장인은 “큰 이벤트는 아니어도, 푸른 강물을 바라보며 먹는 시장 음식과 산책이 오히려 진짜 나를 회복시켜줬다”고 고백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단양에서 보내는 하루는 특별할 것 없지만, 그곳의 자연과 순간이 모여 각자에게 새로운 기운을 선물하는 듯하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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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도담삼봉#만천하스카이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