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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사라지는 꼬마이”…약해진 태풍이 남긴 조용한 여름의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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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사라지는 꼬마이”…약해진 태풍이 남긴 조용한 여름의 긴장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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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태풍 진로를 유심히 지켜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태풍이라 하면 잠깐의 불안 후 곧 사라질 자연 현상 정도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여름의 일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됐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8호 태풍 꼬마이(Co-may)는 30일 오후 기준, 강도 1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곧 속도를 늦추며 힘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이 줄어들면서, 8월 2일께에는 열대저압부로 이름을 바꿀 운명이다. ‘풀’이란 뜻을 가진 베트남식 이름답게, 이번엔 조용히 스며들 듯 사라질 기세다.

출처=기상청
출처=기상청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당초 초속 22m의 바람을 동반했던 꼬마이는 점차 15m, 그리고 더 약한 바람으로 한반도에 대한 긴장감을 완화시키고 있다. 기상청의 72시간 내 약화 전망에 따라, 재난문자에 한껏 귀를 곤두세웠던 시민들도 한숨을 돌렸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한반도의 여름이 점점 예측 불허의 시기가 됐다”며 “자연의 작은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회가 됐다”고 해석했다. 그만큼 기상청의 예보, 발표 시각까지 챙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주부 김수진(36) 씨는 “태풍 소식을 들으면 자동으로 아이 우비와 긴급식량을 챙기는 요즘, 예보가 약화됐다는 말에 조금 안도했다”고 표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출근길 대비했는데 다행이다”, “올해는 태풍도 조용히 지나가줬으면”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여름의 한복판에서, 태풍의 이동 경로와 강도는 이미 우리의 여름 나기 방식 자체를 바꿨다. 소외된 기후 변화가 내 안의 작은 불안과 준비성을 끌어올렸다. 그러다 보니, 수치는 평온함으로 돌아섰지만 한동안 이어질 또 다른 변화의 조짐에 섬세하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작고 사소한 자연의 흐름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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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꼬마이#기상청#여름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