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지역개발공약, 과거 재탕에 재정계획 부실”…경실련 경고
대선 지역개발 공약을 둘러싼 무책임한 남발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21대 대선 지역개발 공약이 상당수 재탕에 불과하고, 재정계획조차 빠져 있다고 진단하면서다. 거대 양당이 표심을 겨냥해 초대형 사업을 경쟁적으로 내세웠지만, 실현 가능성과 국가 재정 부담 논란이 한층 커지고 있다.
경실련은 1일 서울 종로구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대선 지역 개발 공약 상당수가 과거 선거 때와 다르지 않거나, 명확한 비용추계조차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민주당 시도별 공약 124건 가운데 38건(30.7%)이 개발 공약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1건(55.3%)이 20대 대선에도 등장한 반복 공약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은 463건 중 155건(33.5%)이 개발 관련 공약으로, 이 가운데 27건(17.4%)이 유사하게 반복됐다.

양당 모두 서울과 부산,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중심의 철도·도로 지하화, 광역교통망 신설, 대형 산업단지 건설 등 토목 기반의 초대형 사업을 주요 공약으로 올렸다. 특히 ‘서울 철도 지하화’, ‘부산 광역교통망’, ‘인천 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경기 GTX 확충’ 등은 양당 공약집에 나란히 실렸으나,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여부나 총사업비, 구체적 재원 조달 방안 등 핵심 정보는 대부분 빠져 있었다.
경실련은 “초대형 개발공약이 실상은 퍼주기 경쟁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공약별 적정성이나 우선순위 검증 없이 반복 제시되고, 사업 주체나 책임자도 명확하지 않아 현실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지난달 양당을 대상으로 공약별 재원 소요 예상치와 조달방안 질의를 실시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경실련은 “선거공약서 제출 의무화, 공약별 비용추계 및 재원조달 방안 기재의 법제화, 공개 절차 마련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비용 부풀리기와 사업 표류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 논의가 정치권 안팎에서 확산될 전망이다.
정치권은 거대 양당의 대형 개발공약 실효성 문제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역시 공약 남발 방지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관련 입법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