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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복부대동맥류 위험 계산”…가톨릭대, 빅데이터 기반 예측모델 개발
IT/바이오

“AI로 복부대동맥류 위험 계산”…가톨릭대, 빅데이터 기반 예측모델 개발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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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대동맥류의 조기 진단이 빅데이터 기반 AI 예측모델로 눈앞에 다가왔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과 숭실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한국인 393만명 이상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모델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해당 질환은 파열 시 사망률이 8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나, 기존 선별검사는 65세 이상 남성 흡연자에 한정돼 검진 사각지대가 존재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파급력이 크다. 업계는 빅데이터와 AI 결합 모델의 정밀의료 확대를 ‘진료 패러다임 전환’의 분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번 모델 개발은 은평성모병원 조형진 교수, 황정기 교수와 숭실대 한경도 교수가 참여한 공동 연구다. 연구팀은 2009년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423만명 중 조건에 맞는 393만여명을 최종 분석 대상으로 선정, 약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는 해당 대상을 무작위로 개발군(70%), 검증군(30%)으로 나눠 진행했다. 실제 개발군 6514명(2.36%), 검증군 2836명(2.40%)이 관찰 기간 내 복부대동맥류로 신규 진단됐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연령, 성별, 비만, 흡연, 음주,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만성신장질환, 심뇌혈관질환 등 10개 요인을 변수로 삼았다. 이를 점수화한 예측모델은 개인별 5년 내 복부대동맥류 발생 위험도를 계산할 수 있으며, 실제로 80% 이상의 정확도로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나이+흡연력’ 위주 선별 기준보다 예측력을 크게 높였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모델은 기존 검사에서 배제됐던 여성, 비흡연자, 60세 미만 환자군도 위험군 선별에 포함시킬 수 있어, 실질적 맞춤 정밀검진의 길을 열게 됐다.

 

시장적으로는 건강검진 데이터만으로 쉽게 위험군을 조기 선별할 수 있어, 국내 대규모 검진 시스템 또는 보험사의 리스크 기반 선별 플랫폼 개발 등 여러 활용 가능성이 기대된다. 환자 입장에서도 통계적 데이터에 기반한 개인별 검진 권고가 가능해져, 돌연사 위험 감축 효과가 실제로 검증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영국 NHS, 미국 대형 헬스케어 기관 등이 유전체검사, 빅데이터를 활용한 위험 예측모델 임상 도입을 확장 중에 있으나, 한국처럼 10년 이상 대규모 코호트 기반으로 위험도 모델화된 전례는 드물다.

 

정책·규제 차원에서는 건강보험 빅데이터에 기반한 예측 알고리즘이 학계와 임상 현장에서 신뢰받을 수 있도록 평가 체계, 데이터 활용 가이드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향후 의료 AI와 위험 예측모델의 인증,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 기준 마련 역시 산업 확산의 필수조건으로 꼽힌다.

 

조형진 교수는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한 예측모델로 누구나 쉽게 복부대동맥류 위험을 평가할 수 있어 예측의 문턱을 낮췄다”고 했다. 황정기 교수는 “맞춤형 검진 및 조기 진단 전략 마련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이번 빅데이터 기반 정밀의료 모델이 실제 의료 현장에 안착해 돌연사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데이터와 제도 간 균형이 정밀의료 도입의 핵심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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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은평성모병원#복부대동맥류#국민건강보험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