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77% ‘2차 상법 개정 기업성장에 부정적’”…대한상공회의소, 정부에 입법 보완 촉구
상법 개정 논의를 둘러싼 갈등이 재계와 정부 사이에서 거세게 불거졌다. 2차 상법 개정안에 대한 상장사들의 부정적 평가가 다수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며, 경영권 위협과 기업 성장 메커니즘 뒤틀림 우려가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5년 7월 24일 상장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상법 개정에 따른 영향을 조사한 결과, 76.7%가 2차 상법 개정이 기업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조사 시점과 맞물려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업 현장에서는 경영환경 불확실성 심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동시에 적용될 경우, 74%가 경영권 위협 가능성을 점쳤다. 응답자 중 38.6%는 “경영권 위협 우려는 낮지만 가능성 자체는 존재한다”고 답했고, 28.7%는 “주주 구성상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시뮬레이션 결과 실제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는 곳도 6.7%에 달했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의 영향력에도 우려가 컸다. 39.8%는 ‘외부세력 추천 인사가 감사위원회를 주도해 이사회 견제가 심화할 것’이라 봤으며, 37.9%는 ‘감사위원 후보 확보 및 검증 부담 증가’, 16.5%는 ‘감사위원의 이사 겸직에 따른 이사회 의사결정 방해 및 지연’을 들었다. ‘경쟁기업 추천 감사위원에 의한 기밀 유출’ 가능성을 꼽은 기업도 5.8%에 이르렀다.
이와 별개로 상장사 상당수는 2차 개정보다 1차 상법 개정안의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정부의 법 해석 가이드 마련’(38.7%), ‘배임죄 개선 및 경영판단 원칙 명문화’(27.0%), ‘하위법령 정비’(18.3%) 등 실제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주는 규정 정비를 우선순위로 꼽았다.
정부의 법령 해석과 집행의 불확실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가 주주 전체로 확대된 상황에서, 주주에 대한 배임죄 성립 관련 혼선과 경영판단 원칙의 유효성 여부를 두고 기업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배임죄 개선 등 입법 보완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현행 배임죄의 문제점으로 상장사 44.3%는 ‘모호한 구성요건’을 들었고, ‘지나친 가중처벌’(20.7%), ‘쉬운 고소·고발 절차’(18.3%), ‘40년 전 처벌기준’(12.0%), ‘경쟁기업 기밀입수 수단으로의 악용’(4.7%) 등 의견도 확인됐다. 우리나라는 일반 및 업무상배임, 상법 특별배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배임 등 3원화 구조로, 주요국 중 유일하게 특경법에 의한 배임죄 가중처벌 규정이 존재한다.
정치권은 2차 상법 개정안 추진 과정에서 기업 경영 환경·공정거래투명성 강화라는 두 목표를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난제를 안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재계는 1차 상법 개정안 미비점 해소와 입법적 불확실성 해소를 촉구하며, 향후 상법 개정안 실무협의 및 국회 심사 과정에서 견해차가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