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농약잔류기준, 국제표준 등극”…식약처, K-푸드 수출길 넓힌다
쌀 농산물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하는 농약 잔류기준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면서 국내 식품안전 관리와 수출산업에 중대한 변곡점이 마련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월 18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진행된 제56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농약잔류분과에서 우리나라가 제안한 농약 3종의 잔류허용기준이 국제기준으로 전격 채택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채택된 기준은 2024년 11월 코덱스 총회에서의 최종 확정을 거쳐 전 세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성과는 국내 벼 재배에 주로 활용되는 살충제 3종(에토펜프록스, 플루벤디아마이드, 테부페노자이드)의 잔류허용기준을 벼(알곡), 현미, 백미 등 각 단계별로 반영한 것이다. CODEX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설립한 국제식품 기준기구로, 식품 안전성과 무역 활성화를 위한 기준을 제정·통용한다.

기존에는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농약이 극미량이라도 검출될 경우, 주요 수입국들은 '불검출(0.01mg/kg)' 기준을 일괄 적용해왔다. 이에 따라 농가와 수출기업의 부담이 컸다. 그러나 이번 CODEX 기준 반영으로 자체 허용기준을 갖게 된 국가에서는 이 기준에 따라 수출 심사가 이뤄져, 유럽연합(EU),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의 쌀과 즉석밥, 가공식품 수출이 실질적으로 확대될 여지가 커졌다.
특히 이번 기준 채택은 식약처가 2012년 인삼 살균제 잔류허용기준 국제화에 이어, 인삼, 고추, 감 등 총 30건의 국제기준을 확보해온 노력의 연장선이다. 그간 우리 농수산식품의 수출 현장에서는 여러 국가별 잔류허용차이, 무역기술장벽(TBT) 등 비관세장벽이 주요 수출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식품 잔류농약 기준 국제화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은 CODEX 기준을 무역수단이자 안전 관리 기준으로 삼는 한편, 역내 자체 기준도 병행하고 있다. 이번 한국의 기준 채택은 국내 기술·품질 기준이 세계 진출의 전제 조건이 되는 대표 사례로도 평가받는다.
식품 안전 정책 측면에서는 이번 확정 기준이 국내외 소비자 건강 보호와 신뢰 제고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향후 추가적인 농약뿐 아니라 가공식품, 첨가물 기준 등으로 국제 표준 선도가 이어질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제기구와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 현장 기반의 과학적 기준을 확대하겠다”며 “K-푸드 수출의 안전성과 신뢰를 높이는 정책 지원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기준 채택이 세계시장에서의 국산 쌀과 가공식품 확대의 기점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