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사이로 펼쳐진 평온”…지리산 자락 함양에서 자연과 역사를 만나다
요즘 여유를 찾아 자연 속으로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다. 북적이는 여행지보다는 조용한 숲,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산자락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특별한 결심이 필요한 나들이였지만, 이제는 평범한 일상 속에도 한적한 쉼이 필요한 시대다.
경상남도 함양군은 그런 바람을 담기에 제격인 곳이다. 지리산과 덕유산의 품 안에서, 이른 오후에는 구름이 잔잔히 머무는 하늘 아래 30도를 웃도는 온기와 함께 산책이나 산사 탐방을 즐기는 이들이 눈에 띈다. 대봉산휴양밸리에서는 능선을 따라 이어진 모노레일을 타고 천천히 숲의 결을 따라가면, 사방으로 펼쳐지는 산 풍경이 마음밭에 바람처럼 들어온다. 주위를 맴도는 서북서풍은 뭇 고민을 가볍게 밀어내는 듯하고, 사람들은 숲길이나 산책로를 따라 무심코 사진 한 장 남기며, 이 시간을 오롯이 누린다.

이곳에는 대봉캠핑랜드처럼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공간도 잘 마련돼 있다. 가족이나 친구, 혹은 혼자만의 방문객들까지 계절마다 달라지는 산의 색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고 소감을 남겼다. 여행 커뮤니티에서도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이런 자연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댓글이 쉽게 보인다.
숲과 산만큼이나 함양의 시간에 깊이를 더하는 공간도 있다. 1552년 창건된 남계서원은 단정한 기와지붕 아래 조선 선비들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오른 이 서원은 요란하지 않고 깊은 평화를 품고 있어, 걷는 이들도 저절로 목소리를 낮춘다. 돌담길을 따라 느릿하게 걸으면, 분주한 마음조차 서서히 가라앉는 듯했다.
전문가들은 자연 속 평온을 누리는 감각이 우리 삶을 서서히 바꾸고 있다고 표현한다. 한 여행 심리연구자는 “공간의 고요함은 마음에 쉼표를 찍게 하고, 번잡한 생각에서 한 발짝 물러나게 해준다”고 조언했다. 벽송사처럼 오랜 세월을 견뎌온 사찰의 풍경도 마찬가지이다. 굽이치는 길을 따라 이른 아침 사찰을 오르는 이는 “계곡물 소리와 바람이 서로 말 없는 위로를 건네는 것 같았다”고 느꼈다. 법당 주변의 석탑과 전각, 그리고 붉게 타는 가을 단풍 아래에서는 누구든 스스로를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고 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에는 일상의 속도도 천천히 늦춰진다”, “옛 서원에서 잠시 멈춰 선 그 기분을 잊을 수 없다” 등, 함양에서의 경험이 삶의 리듬에 영향을 줬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작은 풍경과 고요한 장소가 누구에게나 특별한 휴식이 된 지금, 지리산 자락의 함양은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안식을 선물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