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사과 속 진땀”…KOVO, 컵대회 파행 책임 인정→재발 방지 대책 고심
경기장 곳곳에 감도는 침묵은 배구 팬들의 실망을 숨기지 않았다. 두 차례 드라마처럼 바뀐 일정표와 계속된 혼선 속에, 팬들은 두 손을 모으고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누구보다 기다린 무대였기에, 정상 개최에 실패한 안타까움이 더 크게 다가온 시간이었다.
한국배구연맹 KOVO는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운영 혼란을 인정하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15일 입장문을 통해 “정상적인 대회 운영이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KOVO는 배구 팬과 관계기관 등 대회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사과의 뜻을 거듭 강조했다.

파행은 국제배구연맹 FIVB의 개최 불가 통보에서 시작됐다. 대회 하루 전날인 12일, FIVB로부터 뜻밖의 메시지를 받은 KOVO는 13일 밤 12시까지도 답을 얻지 못해 남자부 전면 취소라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4일 새벽, FIVB로부터 조건부 개최 승인을 받으면서 상황은 다시 뒤집혔다. 이 혼란의 과정에서 태국 초청팀 나콘라차시마가 이탈했고, 현대캐피탈이 중도 하차해 컵대회는 예상치 못한 6개팀 체제 축소라는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KOVO는 “원인 규명과 관계자 후속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FIVB와의 사전 소통 강화, 제도적 보완책 마련 등 재발 방지 대책에도 힘을 쏟을 계획임을 내비쳤다. 관계기관과 신뢰 회복을 위한 의지를 분명히 하며, 남아있는 숙제를 안게 됐다.
달라진 일정에 허탈해한 팬들의 얼굴, 그럼에도 배구를 향한 애정 어린 눈빛. 변동의 연속이던 이번 대회를 통해, 연맹과 현장의 소통, 그리고 준비된 운영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 KOVO의 후속 약속이 진정한 변화로 이어질지, 다음 시즌 다시 팬 곁에 설 날을 배구계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