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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진화하는데 제도는 제자리”…조인철, 대포폰·발신번호 변작기 전면 금지 법안 발의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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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금융사기 수법과 제도 사이의 간극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야를 막론하고 보이스피싱 근절을 주장해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대포폰과 발신 번호 변작기 유통 자체를 틀어막는 법안을 내놓으면서 국회 논의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조인철 국회의원은 19일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대포폰과 발신 번호 변작기가 전화금융사기 범죄의 핵심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을 겨냥해 설계됐다.

조인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이동통신사가 이용자에게 대포폰의 불법성과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을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하는 조항이 담겼다. 그동안 대포폰이 범죄에 악용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지만, 실제 개통 과정에서 소비자가 구체적 법적 책임까지 안내받지 못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또 발신 번호 변작기의 제조와 판매는 물론 수입과 소지까지 법으로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발신 번호 변작기는 전화를 거는 사람의 실제 번호 대신 다른 번호를 표시하게 하는 장비로, 보이스피싱 조직이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 번호로 위장하는 데 활용돼 왔다.

 

현재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는 이용자가 직접 신청해야만 적용되는 구조다. 조인철 의원실은 이러한 구조 때문에 서류를 위조해 개통하는 대포폰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휴대전화 개통 시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에 자동 가입하도록 해, 통신 단계에서부터 명의도용을 차단하는 장치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발신 번호 변작기의 경우에도 관리 사각지대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현재는 해외 판매점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구매하고 세관 제재 없이 국내로 반입할 수 있어, 수사 당국이 적발과 추적에 나서더라도 뿌리를 제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회 입법을 통해 제조·유통·소지를 한꺼번에 규제하는 근거를 만들지 않고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도구를 제약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인철 의원은 법안 발의 취지에 대해 보이스피싱 범죄의 진화 속도와 제도 개선 속도 사이의 괴리를 짚었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보이스피싱 수법은 계속 진화하고 있지만, 제도는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다”며 “범죄 수단을 차단해 피해를 예방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매년 상당한 규모로 집계되는 만큼, 사후 처벌보다 사전 차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관 법안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향후 상임위원회 심사와 법제사법위원회 검토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여야 모두 보이스피싱 근절을 공약과 당론으로 내세워온 만큼, 구체적인 조문 설계를 둘러싼 논쟁은 가능하지만 법안 취지에 대한 큰 반대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회는 관련 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통신사의 의무 범위와 이용자 편익, 수사기관의 수사권 남용 우려 등도 함께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전화금융사기 피해가 반복되는 상황을 고려해, 추가 제도 개선 요구와 함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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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철#더불어민주당#보이스피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