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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번 홀 트리플보기”…유송규, 우승 위기 딛고 3위 수성→한국오픈 최종일 역전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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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번 홀 트리플보기”…유송규, 우승 위기 딛고 3위 수성→한국오픈 최종일 역전 불씨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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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가르던 파란 모자, 굳은 손의 떨림에도 쉽게 내려놓지 않는 집념. 유송규는 해가 저무는 코스 위에서 잠시의 실수를 삼키고, 다시 한 번 역전의 꿈을 품었다. 트리플보기라는 아쉬운 그림자가 드리운 16번 홀을 지나, 그는 여전히 최종일 그린을 향해 힘껏 발을 내딛는다.

 

강원 춘천 라비에벨 컨트리클럽 듄스 코스에서 열린 제67회 한국오픈 골프 선수권대회 3라운드는 초반부터 유송규의 차분한 파 행진이 이어지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유송규는 9번 홀 보기로 잠시 흔들렸지만, 10번 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곧바로 선두로 돌아섰다. 초여름 더위와 압박감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플레이가 계속됐지만, 흐름은 16번 홀에서 창백하게 뒤집혔다. 두 번째 샷이 물에 잠기고, 다섯 번째 만에야 그린을 올린 실수들이 겹치면서 단숨에 트리플보기로 이어졌다. 여기서만 3타를 잃은 유송규는 공동 선두에서 3위(4언더파 211타)로 밀려났다.

“16번 홀 트리플보기”...유송규, 한국오픈 3라운드 3타차→3위 수성 / 연합뉴스
“16번 홀 트리플보기”...유송규, 한국오픈 3라운드 3타차→3위 수성 /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송규의 집념은 굳건했다. 경기 뒤 그는 “전체적으로 플레이에 만족한다. 16번 홀에서는 단순히 미스샷이었지만, 내일은 내 리듬을 지키며 다시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오랜 다이어트와 자기 혁신 끝에 이룬 무대, 유송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었다.

 

선두는 중간 합계 7언더파 206타를 적어낸 태국의 삭산신에게 넘어갔다. 강력한 샷이 기대만큼 터지진 않았으나 결과에 만족한다고 전한 그는 대회 5년 만에 태국 선수의 우승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1타 차 2위 역시 태국의 사돔 깨우깐자나가 자리해, 낯선 코스에서 보여준 태국 선수들의 저력을 확인시켰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강윤석이 3언더파로 4위, 김기환이 5위에 오르는 등 추격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이번 대회 우승자는 ‘디오픈’ 진출권과 KPGA투어 5년 시드, 아시안투어 2년 시드라는 값진 보상을 품게 된다. 치열한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태국과 한국 선수들의 자존심 대결이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돌덩이처럼 묵직한 하루의 끝, 고요한 그린 위에 남겨진 유송규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종 라운드는 2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결승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그의 손에 쥐어질 트로피와 한 편의 서사는 오후 그린 위에서 마지막 장을 넘길 예정이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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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송규#한국오픈#삭산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