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확고한 강달러 원칙”…스티븐 미런, 논란 일축→아시아 외환시장 새벽 맞나
초여름 바람이 느릿하게 불던 미국 워싱턴의 이른 아침, 세계 금융의 운명을 가늠하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청사에는 조용한 단호함이 흐르고 있었다. 5월 22일, 스티븐 미런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블룸버그 인터뷰실에 앉아 또렷한 어조로 미국의 강달러 정책이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음을 천명했다. 그의 발언은 대서양을 넘어 한반도, 태평양 이남의 필립핀, 타이베이, 싱가포르까지 울림처럼 번졌다. 미묘한 시기, 국제 외환시장은 숨을 고르며 새로운 변곡점을 기다리고 있다.
미런 위원장은 미국 정부 내에는 약달러를 유도할 어떤 비밀스런 협의나 수단, 즉 시장을 교란하는 음성적 계획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그는 “비밀리에 통화 관련 작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며 최근까지 돌던 시장의 소문을 단숨에 가라앉혔다. 통화와 무역 정책의 연결고리를 묻는 목소리에도, 그는 “두 정책 간 직접 연관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무역마찰 속 통화 이슈까지 얽혀, 국제 금융시장은 언제나 긴장 위에 선다. 시대가 달라졌음에도, 통화 정책의 무게와 책임은 여전한 듯하다.

무디고 단단한 그의 메시지 뒤에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최근 기조가 자리한다. 베선트 장관은 “달러 정책의 권한은 재무부에 있다”며 그간의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그는 달러 강세가 미국 경제에 잠재된 힘을 불어넣는다고 역설했다. 미런 위원장 역시 강달러의 의미를 “단순한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힘과 국제적 지배력”이라고 역설했다. 그의 발언은 1985년 미국이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등과 맺었던 플라자 합의의 영혼을 미묘하게 상기케 한다. 그러나 “마러라고 합의”와 관련한 자신의 과거 논문에 대해, 미런 위원장은 “시장에 오해가 있었을 뿐, 실제 정책 제안은 아니다”라고 해명하며 논의의 차원을 분명히 했다.
시장의 맥박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미국이 무역적자 축소 요구를 구체화하면서, 원화와 대만달러 등 아시아 주요 통화가 은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각국 중앙은행의 입장 변화, 국제금융의 중심축이 어디로 기울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최근 캐나다에서 열린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베선트 장관은 일본 재무상과 환율 논의를 갖고 “환율은 시장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 한마디에는 시장 자율이라는 대전제가 흐른다. 한편, 시티그룹 및 월가 전문가들은 “인위적 합의보다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부각될 것”이라며 신중론을 펼쳤다.
그러나 달러가 추구하는 길과 그 여파를 가장 예민하게 감지하는 곳은 늘 세계 외환시장이다. 미국 내, 그리고 글로벌 금융 무대엔 아직도 부드러운 긴장감과 불확실성이 한데 어우러진다. 오늘의 강달러 방침이 내일의 아시아 통화에, 그리고 세계 경제질서에 어떤 결을 남길지―외환시장의 파장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