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금해제 지침 윗선서 전달”…박성재·심우정, 이종섭 출금절차 개입 의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과정에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심우정 전 차관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특검 수사에서 제기됐다.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출국금지 상태였던 이 전 장관의 해제 여부를 두고, 법무부 내부에서 고위 인사의 ‘지침’이 실무자들에게 전달된 정황이 드러나며 정치권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명현 순직해병특별검사팀은 17일, 최근 이재유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당시 출국금지 심사 실무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 전 장관과 심 전 차관이 ‘출금 해제가 맞지 않겠냐’는 언질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검팀은 정식 심의를 거치기 전 이미 출국금지 해제가 실질적으로 결정됐다는 판단이다.

당시 이종섭 전 장관은 2024년 3월 4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됐으며, 3월 6일 법무부에 출국금지 해제 이의신청을 제출했다. 그러나 실무자들은 상급자인 박 전 장관과 심 전 차관이 “출금을 해제하는 쪽으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 지침에 따라 ‘출금 해제가 필요하다’는 검토보고서를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에 따르면 출국금지심의위원회의 공식 심사와 공수처 의견청취도 이뤄지기 전에, 이미 당일 해제 결론이 내려졌다는 설명이다.
법무부는 이틀 뒤인 3월 8일 출국금지심의위원회를 열고 해제를 결정했다. 특검팀은 당시 심의위가 실질적 논의 없이 형식적 절차만 거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보고 있다. 이종섭 전 장관은 이후 3월 10일 호주로 출국했으며, 총선을 한 달 앞두고 핵심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킨 것 아니냐는 야권의 의혹이 확산됐다.
이 전 장관은 주호주대사 부임 이후 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3월 21일 귀국했고, 같은 달 25일 전격 사임했다. 이에 따라 특검은 대통령실 등 윗선의 추가 관여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8월 4일 특검팀은 박 전 장관과 심 전 차관,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등 당시 법무부‧대통령실 고위 인사들을 포함해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한편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측은 “출국금지 해제와 관련해 부당한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며 “3월 6일 이종섭 전 장관 이의신청을 보고받으며 출국금지 사실을 처음 알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출국금지 해제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법무부 소관 위원회가 절차에 따라 해제를 의결했으며, 장관은 그 의결 결과에 따라 결재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법무부 출국금지 해제를 둘러싸고 정치권은 절차적 정당성과 윗선 개입 여부를 두고 격렬한 공방을 이어갔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 등 피의자 진술과 압수수색 자료를 바탕으로 대통령실의 개입 여부까지 조사를 확대하고 있어, 향후 수사 결과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