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도 넘어진다”…중국,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운동회 개최
중국이 세계 최초로 다양한 경기종목을 한 데 모은 ‘세계휴머노이드로봇운동회’를 6월 15일부터 베이징 국가스피드스케이팅관에서 개최해 글로벌 로봇 산업계에 새로운 변곡점을 제시했다. 192개 대학 팀과 88개 기업 팀 등 280개팀, 16개 국가가 참가한 이 대회는 100m·1500m 달리기, 장애물, 축구, 체조, 물류·약품 분류 등 26개 종목을 종합적으로 치른 점이 특징이다. 주최 측은 행사를 “로봇 기술 발전의 공개 실험 무대”로 소개했다.
로봇 경기에서는 각기 다른 속도와 동작, 다양한 오작동이 반복됐다. 1500m 경기에서는 위수커지 자회사 링이커지가 만든 인간형 로봇 ‘H1’이 6분34초로 1위를 기록했고, 축구에서는 5대5, 3대3 경기가 각각 진행됐다. 경기 도중 한쪽 팔이 떨어진 채 결승선에 들어오거나, 로봇들이 공 주위로 몰려들어 쓰러지는 모습에서 아직 로봇 제어 및 센서, 모빌리티 기술의 한계가 드러났지만 현장 관중들은 시도를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주요 경기는 실제로 인간 스포츠 룰을 적용하지만, 로봇 특유의 장애물 극복·자율복구 능력도 시험했다. 약품 분류·소형 물류 운반 종목 등 시나리오 부문에서는 초소형 물체를 집게집게(AI 기반 그래퍼) 형태 로봇이 정해진 위치까지 옮기는 과제가 주어졌다. 로봇의 반복 실패 및 이동과정에서 데이터 조정·알고리즘 개선 등 소프트웨어 완성도가 중요한 기술 변수가 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특히 중국은 최근 2~3년간 국가 정책적 지원 및 대형 투자를 토대로 로봇 시스템, AI 알고리즘, 산업용 플랫폼 개발에 속도를 내왔다. 한국·미국·독일 등 글로벌 로봇 강국과의 격차 해소에 집중하고 있으며, 실제로 저장성 저장대가 개발한 네 발 달린 로봇이 100m 16.33초로 세계 기록을 갱신하는 등 단일 성능 측면에서도 진전을 보였다.
반면, 행사 전반에서는 빈번한 오작동과 예측 불가한 상황이 이어졌다. 쓰러진 로봇, 잘못된 알고리즘 판단, 경기장 내 혼란 등은 아직 센서 융합, 환경 적응형 제어기술, AI 판단 로직의 미숙함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는 오히려 도전 과정 자체, 넘어지고 실패하면서 학습하는 로봇의 진화 단계를 보여준다”며 “이런 오픈된 경연이 실제 산업적 적용 노하우로 연결될지 주목받는다”고 분석한다.
현재 글로벌 로봇 시장은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일본 혼다 등 선진 기업들이 기술 상용화에서 앞서 있지만, 중국식 대규모 실전 대회는 집단학습, 개방형 생태계 촉진에 강점을 가질 수 있다. 한편 국내외 전문가들은 “로봇 개발의 윤리, 안전, 정책적 기준 마련도 병행돼야 시장 신뢰를 이끌 수 있다”고 조언한다.
산업계는 이번 대회에서 로봇 미숙함과 실패조차 산업 성장의 디딤돌로 삼으려는 중국식 전략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기술과 제도, 대중 인식이 맞물리는 종합운동회의 흐름이 글로벌 IT·바이오 융합 산업 발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