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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불계승으로 세계 정상 단숨 돌파”…신진서, 쏘팔코사놀 결승 3번기→초대 챔프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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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불계승으로 세계 정상 단숨 돌파”…신진서, 쏘팔코사놀 결승 3번기→초대 챔프 등극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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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히 숨을 고른 채 고요한 바둑TV스튜디오를 뒤덮은 긴장감은 어느새 한 선수의 결단으로 터져나갔다. 단단히 봉쇄된 판 위에서 쉼 없는 두뇌 싸움을 벌이던 신진서 9단은, 마침내 가슴 벅찬 불계승으로 정상을 밟았다. 한 수 한 수, 집요한 집중력으로 응수하던 신진서는 결승 1국 패배의 그림자를 딛고 환하게 미소지었다.

 

2025년 9월 12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제1회 쏘팔코사놀 세계최고기사결정전 결승 3번기 마지막 판이 펼쳐졌다. 이날 신진서는 중국의 투샤오위 9단과의 승부에서 218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대회 초대 챔피언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1국에서 고배를 마신 뒤 연달아 2, 3국을 따내면서 최종 종합전적 2승 1패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불계승으로 징크스 돌파”…신진서, 쏘팔코사놀 초대 챔프 등극 / 연합뉴스
“불계승으로 징크스 돌파”…신진서, 쏘팔코사놀 초대 챔프 등극 / 연합뉴스

결승 3국에서 추첨 끝에 백을 잡은 신진서는 초반 포석이 마무리된 뒤 우변 공방에서 상대의 실수를 빠르게 잡아냈다. 투샤오위가 좌우를 오가며 필사적으로 균형을 노렸지만, 치밀한 행마와 탄탄한 운영으로 오히려 격차를 더욱 벌렸다. 결국 투샤오위는 승부를 더 이어가지 못한 채 돌을 거두었고, 관중들은 조용한 환호로 승자를 맞이했다.

 

신진서는 이번 우승으로 통산 9번째 세계 메이저 타이틀을 따내며, 전설적인 조훈현 9단과 나란히 섰다. 세계 최다 우승 기록은 이창호 9단(17회), 이세돌 9단(14회)이 지키고 있다. 무엇보다, 신진서는 메이저 결승전에서 1패를 기록한 뒤 우승하지 못했던 본인만의 징크스까지 깨고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그동안 3번기 결승에서 2-0 완승과 달리 1국이나 2국에서 1패를 했던 5경기에서는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이번엔 그 한계를 돌파했다.

 

쏘팔코사놀 세계최고기사결정전의 우승 상금은 2억원, 준우승은 1억원으로 책정돼 선수들의 도전 의지를 자극했다. 신진서는 투샤오위와의 상대 전적에서도 6승 2패로 우위를 이어가며, 페이스를 유지했다. 결승전은 각자 1시간, 추가 30초의 피셔 방식으로 치러져 치밀한 시간 운용도 우승 열쇠가 됐다.

 

흔들림 없는 태도와 치열했던 승부의 뒷면에는 기나긴 준비의 시간이 응축돼 있었다. 관객의 한숨, 목인기원의 정적, 그리고 승패에 담긴 자존의 무게까지. 쏘팔코사놀 기전의 새로운 역사는 신진서의 집념 위에서 시작됐다. 바둑 팬들은 이날 밤, 초대 챔피언의 탄생을 TV와 온라인 생중계로 함께 지켜볼 수 있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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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쏘팔코사놀#투샤오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