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LVMH 아르노, 미·EU 무역협상 교착 경고”…코냑 수출길 막히나→유럽 명품산업 운명은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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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늦봄, 파리에서 울려 퍼지는 상원 청문회의 울림 속에,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의 목소리는 모처럼 유럽 경제의 불안한 심장을 대변했다. 명품과 전통의 이름 아래, 코냑의 풍미는 희미해질 위기에 놓였다. 21일, 청문회장에 선 아르노 회장은 미묘하게 무거운 침묵과 함께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음을 단호하고도 절절하게 전했다. 그는 유럽에 촉구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굳건한 원칙만이 아니라, 상호 양보로 나아가는 건설적 협상의 용기”라고.

 

특히 그는 세계의 식탁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프랑스 코냑이 미국과 중국의 강화된 관세 정책 앞에서 벼랑 끝에 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르노 회장이 이끄는 LVMH는 코냑 브랜드 헤네시로도 유명하다. 미국 시장은 LVMH 연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관세 정책의 흐름에 따라 온갖 향기와 빛깔의 프랑스 명품이 거친 파도에 휩쓸릴 수 있다는 염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LVMH’ 회장, EU에 미·EU 관세협상 촉구…코냑 업계 관세 리스크 경고
‘LVMH’ 회장, EU에 미·EU 관세협상 촉구…코냑 업계 관세 리스크 경고

아르노 회장은 EU가 관세 문제의 심각성을 온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의 시선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무역협상 기억으로 스며든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협상 자체에는 열려 있지만 위협적 태도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긴장과 기회의 문턱에서 힘겨운 균형을 주문했다. 영국이 달성한 관세 합의를 성공적 사례로 제시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영국처럼 유럽도 절실함과 유연성, 그리고 실용을 담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최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의 보복 관세 흐름에 맞서 자국 기업의 대미 투자 중단을 촉구했지만, 아르노 회장은 공공의 개입이 오히려 민간 경제의 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그는 “국가의 과도한 경영 개입은 대부분 바람직하지 않고, 종국엔 부정적 결실로 귀결된다”고 비판했다.

 

블룸버그가 전한 바에 따르면, LVMH는 1분기 매출 부진에 이어 2분기에도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수요 회복이 더뎌 세계 명품산업의 구름 낀 미래를 전망했다. 미·EU 통상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프랑스 코냑과 명품 산업의 황금빛 도도한 질주는 시계 제로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국제사회는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에는 경제적 자위와 산업 보호의 목소리가, 또 한편에는 시장 개방과 조화의 언어가 교차한다. 관세 장벽이 높아지는 흐름은 명품이라는 단어에 깃든 우아함보다 훨씬 더 날카로운 이질감을 유럽 전역에 드리우고 있다.

 

이제 유럽, 특히 프랑스의 명품 산업과 코냑 업계는 관세 리스크라는 고조된 파고 앞에서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할 기로에 서 있다. 미·EU 무역협상의 앞날은 여전히 예측 불허다. 그러나 이 불확실성 또한 세계 경제와 산업 지형에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던지며, 유럽의 낡고도 고전적인 구조를 흔들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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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mh#베르나르아르노#코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