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붕괴의 설계자”…미 법원, 권도형 징역 15년 선고
스테이블코인 ‘테라USD’(테라) 폭락 사태와 관련해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권도형(34) 테라폼랩스 설립자에게 미국 법원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대규모 투자자 피해를 낳은 암호화폐 붕괴 사건에 대해 미국 사법당국이 중형을 선택하면서, 향후 디지털 자산 규제와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현지 시간으로 11일,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선고 공판에서 권씨에게 사기 등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권씨는 앞서 사기 공모와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으며, 이에 따라 재판은 유무죄 다툼 없이 형량 선고 절차로 넘어갔다.

미 연방검찰은 권씨와의 ‘플리 바겐’(유죄 인정 조건의 형량 조정) 합의에 따라 최대 12년의 징역형을 요청했다. 반면 권씨 측은 몬테네그로에서의 구금 기간과 한국에서 진행 중인 추가 형사 절차를 고려해 선고 형량이 5년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 구형을 뛰어넘는 15년의 실형을 결정했다.
검찰은 실형과 별도로 플리 바겐 합의에 따라 권씨에 대해 1천900만 달러(약 279억 원)와 기타 일부 재산 환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테라 붕괴로 인한 대규모 손실 가운데, 권씨가 불법으로 취득했다고 판단된 이익을 돌려놓도록 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서 미국 연방검찰은 2023년 3월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직후 증권 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 사기, 시세 조종 공모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이어 자금 세탁 공모 혐의를 추가해 총 9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이들 혐의가 모두 유죄가 될 경우 최대 130년형까지 가능한 사안으로 평가됐다.
권씨는 미국으로 인도된 직후까지 9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지만, 지난 8월 사기 공모와 통신망 사기 2개 혐의에 대해 입장을 바꿔 유죄를 인정했다.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플리 바겐 과정에서 일부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며, 법원은 유죄 인정 범위를 중심으로 형량을 산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미 법무부는 플리 바겐 합의에 따라 권씨가 최종 형량의 절반을 복역하고 조건을 준수할 경우, 이후 국제수감자이송 프로그램 신청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권씨는 약 7년 6개월을 미국에서 복역한 뒤, 본인이 원할 경우 한국으로 이송돼 나머지 형기를 국내에서 치를 가능성이 열려 있다.
권씨는 미국 내 형사 재판과는 별도로 한국에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한국 검찰은 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단순 투자 손실을 넘어 조직적 시세 조종과 허위·과장 홍보에 따른 투자자 기망에 해당하는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사법당국은 향후 미국에서의 복역 상황, 국제수감자이송 여부와 연계해 수사 및 재판 일정을 검토할 전망이다.
권씨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이후, 자신은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현지에서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다만 몬테네그로 당국과 미국 측 협의 끝에 결국 미국 인도가 결정됐고, 한국 송환은 미국 내 형사 절차와 수감 과정 이후로 미뤄졌다.
이번 선고는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논란이 이어져 온 ‘테라 사태’에 대해 사법 판단이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다만 미국 형사 재판이 일단락됐다고 해서, 한국 내 형사 책임과 피해 회복 문제가 곧바로 정리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추가 법적 공방과 제도 개선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