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세션은 남자만의 무대”…온스 자베르, 프랑스오픈 성별 균형에 일침→테니스계 논란 확산
담담한 어조 뒤로 스며든 온스 자베르의 목소리는 오랜 시간 억눌렸던 여성 스포츠계의 불균형을 일깨웠다. 2024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펼쳐진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무대에서, 자베르는 코트 위 성취 이상의 진실을 꿰뚫는 질문을 던졌다. 선수 개인의 패배보다 더 큰 아쉬움이 그날 밤에도 관중석에 남았다.
이번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에 출전했던 튀니지 출신의 온스 자베르는 28일 언론과의 대화에서 나이트 세션 경기들이 남자 단식 위주로만 편성되는 현실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실제로 대회 도입 첫 해였던 2021년부터 2024년 올해까지 밤 시간대에 배정된 경기는 총 16회, 그 가운데 16경기 모두 남자 단식 무대였다.

자베르는 “유럽에서 아직도 여자 테니스는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오픈이 여자 경기를 무대에서 밀어낸다니 안타깝다”며 참았던 속내를 쏟아냈다. 이어 “남자 경기를 더 보여줬으니 팬들도 자연스레 남자 경기에만 익숙해진다. 충분히 드러난 무대에서만 팬들의 관심도 자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일본의 오사카 나오미나 스페인의 파울라 바도사 등 세계적 여자 선수들의 경기력을 언급하며, 단순한 시청률 논리를 넘어 형평성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테니스연맹 질 모레통 회장은 “관중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라고 설명했지만, 자베르는 “관계자들 중에 딸을 둔 이가 있다면 이 정책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냐”며, 현실적인 대목을 짚었다. 성별에 따라 기회가 나뉘는 테니스 현실에 대한 뼈아픈 지적이었다.
전 세계 2위라는 성적표와 아랍권 최초 메이저 결승 진출자라는 상징을 가진 자베르는, 2022년과 2023년 대회에서 연속으로 결승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럼에도 그는 또렷한 목소리로 여성 테니스의 위상 강화와 공정 무대를 촉구했다.
팬들의 시선은 이제 프랑스오픈 조직위원회와 중계권사에 쏠린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과 현지 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나이트 세션의 남성 편중 문제와 여성 스포츠의 흥행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거세다. 경기 결과와 별개로, 코트와 관중석 너머에서 진한 물음표가 퍼지고 있다.
경기의 여운은 느릿하게 잦아들지만, 테니스장의 온기와 근심은 표면 아래 구름처럼 남았다. 잊히지 않는 질문과 묵직한 발자국을 남긴 현장은, 스포츠의 역할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번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경기는 국내외 팬들에게 깊은 고민을 남기며, 롤랑가로스에서 매년 펼쳐지는 또 다른 드라마의 시작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