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디지털트윈, 침수·싱크홀까지 예측”…KICT, 재난안심지도 추진 본격화
AI와 디지털트윈 등 첨단 기술이 싱크홀과 도시침수를 예측하는 재난안심지도의 근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은 올해 잇따른 지하 땅꺼짐 사고 및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호우 문제에 대응해 재난 감시·예측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내놨다. 특히 땅꺼짐, 도시침수, 건설사고, 화재 등 4대 우선 위험 분야에서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국민 안심지도’ 추진에 나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는 이번 KICT의 전략이 ‘사전예방형 재난 대응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땅꺼짐(싱크홀)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서울 강동, 경기 광명 등지에서 사망사고가 이어지며 노후 지하시설 문제와 대형지하공사 리스크가 동시에 대두됐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땅꺼짐 사고의 약 60~70%가 지하시설 및 공간의 노후화에 기인한다. KICT는 2018년부터 현장 긴급출동 및 원인 데이터 분석을 이어왔으며, 열수송관 등 주요 시설물의 데이터 기반 위험 예측 모델을 개발해 국내 열수송관 60%에 도입했다. 더불어 AI로 주요 도시의 지하시설 밀집도를 분석, 위험-주의-안전 3단계로 구분하는 ‘디지털 지하정보 지도’를 완성시키는 등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도심 침수 피해 역시 빈도와 강도가 증가 추세다. 집중호우가 일상화되면서 기존 배수 인프라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KICT는 지난해 홍수예보체계에 AI를 접목, 국가하천 대상으로 했던 예측시스템을 지방하천과 주요 도심으로 확대 적용했다. 내년까지는 스마트 시뮬레이션과 데이터를 결합한 ‘도시침수 예측모형’ 완성을 목표로 한다. 디지털트윈 기술을 통해 사고 위험지역을 3D 입체 영상으로 재현, 지도만 보던 예전 방식에 비해 위험 체감과 대응이 쉬워질 전망이다. 국민·지자체 실사용자 입장에서 경보와 예측정보도 연계 제공된다.
기술의 차별성은 실제 건설 현장에서의 센서 융합과 AI 분석에 있다. 도로·가로등 등 표준 기반의 센싱 네트워크를 구축해 다양한 지점의 이상징후를 실시간 데이터로 감지한다. 또 버스 등 공공 이동수단에 지하감시 블랙박스를 설치, 반복적인 경로를 통한 이상변화도 자동 추적한다. 기상변수, 굴착공사, 신규 시설물 변화 등 다양한 위험요인을 통합 분석해 예측 알고리즘 성능을 높였다. 땅꺼짐과 침수 각각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류, 위치별 지하시설의 노후·밀집도를 중점 진단해 지도 위 위험도를 시각화했다.
경쟁적으로 재난 예측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글로벌 추세와 비교해볼 때, KICT의 시도는 AI·디지털트윈 기술 기반 정보 통합 모형 개발 측면에서 유럽,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유사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FEMA 등 재난 전문기관이 AI 시뮬레이션과 조기경보를 이미 실전 배치했으며, 영국·일본 등도 도시 인프라 노후화 대응에 데이터 기반 긴급 대응망을 강화 중이다.
관련해 국내외 정책·규제 측면에서는 데이터 수집 및 활용의 법적 기반이 관건으로 꼽힌다. 공공시설물 위치·상태에 대한 정보공유, 개인정보보호 등 맞춤형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산업적 확산이 원활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AI가 재난 안전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실제 현장 적용성과 국민 체감도를 끌어올릴 방안에도 주목하고 있다. 강재모 KICT 연구위원은 “구조물 노후와 기후변화가 맞물리며 앞으로 땅꺼짐 등 대형 사고 위험이 계속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해 촘촘하게 지하정보를 관리, 위험을 조기 발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KICT는 향후 AI 기반 복합 감시 시스템, 디지털트윈 3D 안전지도, 국민참여형 위험 경보망 등 후속기술 개발도 예고했다. “기술로 땅과 도시, 국민의 안전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