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직무유기 혐의 정조준”…이명현 해병특검, 오동운 처장 등 강제수사 돌입
특검과 공수처가 치열한 수사 공방을 펼치기 시작했다.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 외압·은폐 의혹을 두고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하며 대대적 강제수사에 나선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제기한 위증 및 사건 미통보 의혹이 현실화되며,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의 긴장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10월 15일 정례브리핑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송창진 전 공수처 수사2부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공수처가 접수한 후 특검에 이첩하기 전까지의 사건 처리 경위와 관련, 담당 주임검사와 공수처장, 공수처 차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재승 차장과 박석일 전 수사3부장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날 오전 10시, 특검팀은 수사관들을 공수처로 보내 수사기획관실, 운영지원담당관실, 사건관리담당관실 등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 중이다. 다만 오동운 처장 개인 휴대전화 등 일부 기기는 압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 8월 29일에 이어 두 번째로, 당시 수집한 자료 분석 결과 송창진 전 부장 고발 사건이 대검찰청에 통보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추가 증거 수집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처법상 공수처장은 소속 검사의 범죄 혐의를 확인하면 이를 대검찰청에 통보해야 한다. 특검팀은 오동운 처장을 비롯, 이재승 차장과 박석일 전 부장검사가 범죄 혐의 미통보 과정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송창진 전 부장은 지난해 국회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건에 이종호 전 블랙인베스트 대표가 연루된 사실을 몰랐다”고 증언했다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위증 혐의 고발을 당했다. 송 전 부장은 과거 공수처 임용 전 이 전 대표의 변호를 맡은 이력이 남아 있다.
특검팀은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등 수사 기간 및 임기가 겹치는 인물의 입건 여부에 대해선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확보 자료 분석 후 오동운 처장 등 공수처 핵심 인사의 소환 조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국의 또다른 파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줄소환 이슈로 이어지고 있다. 특검팀은 23일 출석을 통보했으나, 윤 전 대통령 측은 아직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체포영장 집행 가능성에 대해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윤 전 대통령은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12·3 비상계엄 수사와 관련해 임의 출석을 요청한 바 있다. 그는 채상병 수사 외압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과 맞물려 해병특검팀 수사대상에도 올라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서울구치소에서의 방문조사는 가능하지만 직접 출석은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특검팀은 “출석 조사가 원칙”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 관련,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을 이달 16일 오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장 전 실장이 해병특검에 피의자로 출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 연루된 김장환 목사 등에 더해 한기붕 전 극동방송 사장에 대해선 서울중앙지법에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했다.
최근 특검법 개정에 힘입어 경찰, 군사경찰, 국가인권위원회, 공수처 등 각 기관 파견 인력을 포함해 특검팀 수사인력 16명을 대거 충원하는 등 조직 정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국회와 정치권은 해병특검과 공수처의 정면 대립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수사 및 소환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특검팀은 향후 추가 증거 확보 및 관련 인사 조사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