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 보안 또 구멍 뚫렸다”…최민희, 반복된 기술유출에 관리 부실 질타
국가보안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퇴직 예정자가 연구용 컴퓨터를 외부로 반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연구보안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됐다. 항우연은 내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다가 국회의원실의 질의를 받고서야 뒤늦게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사건은 8월 16일 벌어졌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에 따르면, 8월 31일 퇴직한 항우연 모 책임연구원은 퇴직 2주 전인 주말에 외부인인 남편과 함께 연구원 본관에 들어가 자신이 사용하던 컴퓨터와 모니터 등 여러 물품을 외부로 반출했다. 나급 국가보안기관인 항우연은 외부인 출입과 물품 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으나, 연구원이 외부인과 동행해 컴퓨터 등 연구 물품을 들고 나가는 과정에서 아무런 제지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항우연이 이러한 사실을 45일 가까이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9월 30일 최민희 의원실이 해당 사건을 항우연에 질의한 이후에야 반출 정황을 최초로 인지했다. 기관 측은 그제야 내부 협의와 보고 과정을 거쳐 10월 2일 우주항공청과 국가정보원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고, 이후 기관 자체 조사가 이뤄진 뒤 10월 14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법령상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련 부정행위는 반드시 상위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항우연은 지난해 연구원 4명이 하드디스크 등 저장장치를 무단 부착·분리하며 기술자료를 열람했다는 의혹, 올해 3월 연구자의 기술유출 혐의로 인한 경찰 압수수색 등 이미 수차례 연구보안 사고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처럼 시스템의 기본적 감시망조차 작동하지 않은 현실이 재차 도마에 올랐다.
수사 진행과 관련해 우주항공청과 항우연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답변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관리 책임을 보다 무겁게 지적했다. 최민희 의원은 “내부 직원이 나급 보안기관인 항우연 본관에 외부인을 동행해 연구용 PC를 반출했음에도, 국회가 지적하기 전까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항우연이 사실상 보안 무풍지대였다는 방증”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항우연 보안업무규정 제4조는 기관장의 보안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잇따라 발생하는 보안 사고에 대해 원장은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항우연에 반복적으로 불거지는 보안 허점은 국가첨단기술 보호 차원에서도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향후 경찰 수사 결과와 더불어, 항우연의 보안 시스템 전면 점검과 기관장 책임론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