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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시밀러 승인 빨라진다”…FDA·식약처, 임상 간소화 경쟁 본격화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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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의 핵심 절차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임상시험 조건을 대폭 완화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데 이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또한 심사기간 단축과 임상 절차 간소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규제 환경 변화가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 구도를 재편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FDA의 지침 변화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발표된 신규 가이드라인에 담겼다. 기존에는 바이오시밀러의 허가를 위해 '비교 임상 효능시험'(CES)을 반드시 요구했으나, 앞으로는 분석적 유사성, 약동학(PK), 면역원성 자료를 충분히 제시하면 CES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FDA 분석에 따르면 CES에는 평균 1~3년, 2400만 달러(약 342억원)의 비용이 소요됨에도 실제 평가 민감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임상시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약사가 바이오시밀러를 대체 처방할 때의 기준도 완화됐다.

기술적으로는 엄격한 임상 3상 대규모 효능 시험 대신, 분석 등 실험실 기반의 유사성 입증과 소규모 임상으로 대체하는 구조다. 기존 방식 대비 허가 비용과 기간이 각각 절반 이하로 축소될 전망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평균 개발 비용 1억~3억 달러, 출시까지 최대 8년이 소요되던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이번 FDA 변화로 절반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해설했다.

 

바이오시밀러는 암, 자가면역질환 등 고가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주요 대체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유럽을 비롯해 국내 복제약 수요도 빠르게 크는 만큼, 신속한 허가와 시장 진입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선두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FDA의 최근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는 선진국 규제 완화로 바이오시밀러 개발 진입장벽 자체가 낮아지고, 시장 신제품 출시 주기가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EMA 역시 분석 기반의 신속심사 제도를 확대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경쟁 심화 우려가 있겠으나, 기술력과 인허가 경험이 축적된 대형 제약사 중심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정부 정책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바이오시밀러 심사 기간을 전 세계에서 가장 짧게 줄일 것"을 공언했다. 보건복지부·식약처는 허가 심사 기간을 기존 406일에서 295일로 단축하고, 이를 위한 전담심사팀 신설·품목허가 수수료 인상(803만원→3억1000만원) 등 예산·인력 지원책도 마련했다. 9월 25일에는 관계부처와 업계가 참여한 민관협의체가 공식 출범해, 1상 임상과 품질시험만으로 동등성을 확인하면 3상 임상은 생략하는 등 구체적 간소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존 절차에 비해 임상 시험 부담이 확연히 줄어드는 만큼, 데이터 기반 심사·분석 기술 등 부수적 역량 확보가 중요해질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오시밀러 업계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동아에스티, 삼오제약, 알보젠코리아 등 9개 주요 기업과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등이 명확한 기준 마련을 두고 협업에 나섰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데이터 신뢰성, 환자 안전성, 글로벌 규제 조화 등 해결 과제도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상용화 가이던스와 데이터 요구 수준 등 세부 기준이 남아 있으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 혁신 흐름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산업계는 이번 규제 개편이 바이오시밀러 시장 생태계의 변화를 이끄는 분기점이 될지 주시하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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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fda#셀트리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