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세력·정치보복” DJ 추도식서도 악수 없는 여야 대표, 정국 격돌
갈등의 상징으로 떠오른 여야 대표 간 악수 불발이 또다시 부각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도식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마주 앉았지만, 민주화와 통합 메시지 속에서도 날 선 대립이 이어졌다.
8월 18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진행된 김대중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나란히 자리했다. 그러나 정청래 대표와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광복절 경축식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서로 악수하거나 대화하지 않았다.

이날 추도사에서 여야 대표는 각각 상대를 겨냥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정청래 대표는 “김대중이란 거인은 민주주의와 인권,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생 헌신한 지도자”라며 “오늘 당신이었다면 진정한 용서는 완전한 내란 세력 척결과 같은 말이라고 하셨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정신을 계승한다면서도 최근 정치 갈등과 정치보복 논란을 겨냥한 언급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은 “통합의 중심에 서야 할 정치가 오히려 국민 편을 가르고, 정치 보복과 진영 갈등을 반복해선 결코 대한민국이 전진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집권 여당이 야당을 대화의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고 말살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는 현실과, 특검이 유사 이래 처음으로 야당의 당사를 침입해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현실 앞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화합, 포용의 정치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행사장 내에서는 “조사나 받으시라”, “조용히 하라”와 같은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대립 구도는 추모의 행사를 경색된 정치 분위기로 몰아갔다. 추도식은 우원식 국회의장,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천하람 원내대표,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등 주요 여야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엄숙히 진행됐다. 현장에는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을 포함해 전임 국회의장단,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역대 대통령 가족도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강훈식 비서실장이 대독한 추도사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삶은 혹독한 시련 속에 피어난 인동초이자 대한민국의 과거와 오늘, 미래를 지켜낸 한 그루 거목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대중이 키워낸 수많은 행동하는 양심들을 믿고 흔들림 없이 ‘국민이 주인인 나라’와 ‘함께 잘 사는 나라’, ‘평화가 강물처럼 넘쳐흐르는 나라’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의 회오리 속에서 우리 공동체를 구한 것은 역사와 국민이었다”며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겸손해야 할 필요성을 짚었다. 또한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한일관계를 갈등과 대립에서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으로 전환시켰다”며,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일본 정치인의 전향적 자세도 촉구했다.
행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헌화와 분향식으로 이어졌다. 여야 지도부가 나란히 움직였으나, 단일대오보다는 불신과 대립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정치권은 이날 추도사를 계기로 내란세력·정치보복·통합의 진정한 의미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국회와 정부는 DJ 정신 계승을 공감대 삼아 야권과 여권의 화합 또는 갈등 심화, 앞으로의 협치 가능성 등을 놓고 긴장 관계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