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붕괴 원인 규명 없이 공사비 증액”…감사원, 원주국토관리청 부실 관리 적발
터널 붕괴 사고 책임을 둘러싸고 감사원과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 정면 충돌했다. 강원 춘천∼화천 도로 건설 과정에서 원주국토관리청이 부실 시공 책임을 따지지 않은 채 공사비를 증액해 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로 안전 관리 문제와 예산 관리 부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감사원이 19일 발표한 '일반국도 건설사업 관리 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2023년 춘천∼화천 도로 건설공사 당시 시공사인 A사는 터널 구간에서 열악한 지반 조건을 확인하고도 안전성 재검토 없이 공사를 강행했다. 그 결과 터널 입구와 비탈면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나 사고 이후 시공사와 감리업체가 추가 붕괴 우려를 이유로 터널공법 변경 및 설계변경을 요청하자, 원주국토관리청은 사고 원인이나 시공사 책임을 규명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변경을 승인해 공사비를 12억6천620만원 추가로 증액했다. 부실 시공에 대한 제재도 따르지 않았다. 감사원은 "설계변경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에 대해 징계 조치를 내리고, 건설 업체도 제재하라"고 국토교통부와 원주국토관리청에 통보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횡성 '안흥∼방림2 도로건설공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된 사실을 지적했다. B시공사가 설계서와 달리 부실하게 시공해 매몰 비용이 발생했지만, 원주국토관리청은 상세한 원인 조사 없이 공사비 증액을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반 보강 대책 및 재정 손실 보전, 건설업체 제재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이밖에도 지난해 남해 서면∼여수 신덕 구간 국도건설공사에서는 C시공사가 공사 기간 단축 방안을 최초 설계에 제안했다가 실시 설계 단계에서 승인 없이 삭제했는데,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이를 제대로 심의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감사원은 부산청에 주의를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는 감사원 지적을 두고 건설 현장 안전관리와 정부 예산의 허술한 집행 구조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터널 등 국도사업 특성상 현장 상황 변수가 많다는 점에서 현장 실무자 부담이 상당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감사원은 도로 건설 현장 전반에 대한 재정 손실 방지 및 안전강화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며, 국토교통부와 각 지방국토관리청은 관련 징계 및 제재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