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기현, 가난한 어깨에 묻은 가족의 무게→불빛을 향해 달렸다
눈에 띄지 않게 번져가는 어둠 속에서도 기현의 하루는 늘 숨가쁘게 이어졌다. KBS1 ‘동행’은 평범하지 않은 고3 소년 기현이가 가정의 버팀목이 돼 짊어진 청춘의 무게를 따라갔다. 친구보다 먼저 철이 들었고, 또래보다 더 먼 미래를 바라봐야만 했던 기현의 이야기는 아르바이트와 학업, 운동이 얽혀 있는 일상 너머로 가족에 대한 진한 책임감과 따뜻한 사랑을 드러냈다.
기현은 어릴 적부터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몫을 성급히 나누어 가질 수밖에 없었다. 첫째 형이 음식점과 청소 일로 생계를 돕는 모습을 간직한 채, 기현 역시 뷔페에서 서빙부터 배달, 심지어 에어컨 청소까지 도맡아 나섰다. 학교를 포기하려는 마음까지 밀려왔지만, 엄마와 선생님의 손길이 그를 붙잡아 다시 교실로 이끌었다. 학업을 놓지 않는 대신 기현은 남들보다 더 길고 혹독한 하루를 버텨냈다.

이 모든 노력이 향하는 곳은 늘 가족이었다. 엄마는 이혼 이후 어린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 식당, 공장, 농사일, 급식조리원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고단한 세월을 이겨내려 애썼다. 하지만 건강은 그를 오래 허락하지 않았다. 백내장 수술과 허리디스크 치료가 시급해진 현실에도 엄마는 가족을 위한 손길을 멈추지 않았고, 기현의 형이 시작한 과일 디저트 가게의 실패로 남은 빚은 또다시 가족 모두의 시련이 됐다. 기현이 홀로 여러 일터를 전전하며 더욱 오후를 뜨겁게 보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무게를 혼자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엄마 또한 손목 통증을 감추고 요양보호사와 청소 일을 덧댔다. “누가 더 힘든가” 겨루는 집이 아니라, 가족의 아픔을 함께 조금씩 나누는 집이었다. 엄마는 아들의 고된 하루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기현은 그 마음이 더 무거운 짐이 될까 애써 웃으며 고마움을 속으로 삼켰다.
기현의 성실함과 따뜻한 인성은 이미 학교와 동네 구석구석에 알려진 바였다. 그러나 그 밝은 얼굴 뒤에는 초등학생 시절, 급식실에서 일하던 엄마로 인해 친구들에게 형편을 들키고 따돌림과 폭력을 버텨낸 시간이 있다. 네 해 동안 가족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한 이 상처를 중학교 상담실에서야 처음 드러냈으며, 그 뒤로 더욱 단단해진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이제 기현은 체육지도자라는 미래를 위해 달리고 있다. 학원도 없이 학교 수업과 체력 훈련만으로 도전하지만, 누구보다 강한 의지와 끈기로 스스로의 길을 밝히려 한다. 포기보다 용기를 선택한 그는 남들에 뒤지지 않는 실력으로 모두의 기대에 응답하겠다는 다짐을 안고 있다.
긴 고단함이 매일 지속되지만, 기현과 가족은 서로의 온기로 한걸음씩 내딛는다. 나 자신이 아닌 우리라는 이름 안에서, 힘겨운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의 어깨를 내주는 가족이 있기에 기현의 열여덟은 여전히 찬란하다. KBS1 ‘동행’은 기현과 엄마가 그려낸 이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기대야 할 이름은 가족임을 다시 일깨운다. 이번 6월 13일 금요일 저녁, 그 따뜻한 동행은 시청자를 삶의 작은 응원으로 맞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