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여순사건 왜곡의 벽을 파고들다”→국가폭력 드리운 슬픔에 울림 남기다
조용한 밤의 적막을 깨우는 ‘스트레이트’의 현미경 시선은 잊힌 역사의 골목들과 맞닿아 있었다. 여수순천 10·19사건, 그리고 그날을 살아내야 했던 군인과 주민들은 오랜 침묵과 슬픔 속에서 지금에야 겨우 목소리를 얻는다. 출연진은 단순한 재연을 넘어 왜곡된 보고서가 남긴 상처를 쫓았고, 시청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건넸다.
군부대 명령 거부와 그에 따른 집단 처형, 이어진 동부지역 주민의 참혹한 죽음까지. 이승만 정부 초기, 반공 이데올로기의 파도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순식간에 부역자로 몰리며 목숨을 빼앗겼다. 시대적 두려움에 뒤덮여 60년 넘게 침묵해온 이 사건은 진실화해위원회와 국회 특별법 통과 이후 겨우 역사의 수면 위로 올랐다. 그러나 변화는 기대와 달리 더딘 그림자를 드리웠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공식 진상조사는 되려 정체되었고, 스트레이트가 입수한 내부 보고서 역시 반공 시각에만 천착했다. 단순한 실수라기엔 명확한 정보 왜곡이 곳곳에 새겨져 있었다.

진상규명 기획단의 부실한 준비부터 피해자와 유족의 오랜 바람이 무너지는 좌절감까지, 프로그램은 잘려나간 진실의 조각을 하나씩 짚어나갔다. 보고서의 구조적 한계와 국가폭력 인정의 장애물을 파고들며, 역사의 바로잡기가 왜 여전히 어려운지 복합적으로 그려냈다. 출연자들은 현장 조사와 유족 인터뷰를 통해 ‘국가폭력’이라는 단어가 아직도 가로막고 선 현실을 깊이 있게 되짚었다.
방송은 여순 사건을 넘어 산업사회 이면의 또 다른 상처에도 빛을 비췄다. 경기도 화성 아리셀 배터리 공장의 화재, 무더위 속 네팔 이주노동자의 비보 등 최근 일어난 비극들은 ‘코리안 드림’을 좇은 이들이 맞닥뜨리는 위험을 상징한다. 심야 작업장 출입문처럼 닫힌 구조, 높은 산재 사망률과 이직의 자유 없는 고용구조 등 불평등의 굴레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한 해에만 수천 명의 이주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현실이 수치로 드러났다.
스트레이트는 다양한 자료와 함께 현장의 구조적 문제, 제도의 빈틈, 그리고 공정 노동 환경을 만들기 위한 목소리를 심도 있게 전달했다. 출연자는 “책임의 공백에 침묵이 아닌 변화의 목소리가 이어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여순 사건의 어둠과 이주노동자의 무거운 하루.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의미와 질문은 9월 21일 일요일 저녁 8시 30분 방송된 스트레이트를 통해 깊은 울림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