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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암 단백질 돌연변이도 잡는다”…KAIST, 맞춤형 신약 설계 혁신 → 정밀의료 대전환 신호
IT/바이오

“AI가 암 단백질 돌연변이도 잡는다”…KAIST, 맞춤형 신약 설계 혁신 → 정밀의료 대전환 신호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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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후보의 분자 정보를 미리 알 필요 없이, 암 표적 단백질의 구조만으로 최적의 치료제 후보를 설계하는 AI가 등장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지능 신약설계 기술은 단백질 돌연변이까지 고려해 ‘맞춤형 치료제’ 시대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AI의 등장을 신약개발 혁신 경쟁의 변곡점으로 보고, 정밀의료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KAIST 화학과 김우연 교수 연구팀은 사전 후보 분자 데이터 없이도, 표적 단백질의 3차원 구조 정보만을 인공지능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최적의 약물 후보 분자와 결합 형태까지 한 번에 설계하는 AI 모델 ‘BInD’를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BInD는 비공유 결합성 상호작용(비공유 전자쌍 등 분자 간 힘)을 동시 최적화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 모델로, 기존의 분할된 설계-평가 과정을 통합한 점이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 과정은 ‘고속 스크리닝’이라 불리는 방법으로 수십만~수백만 개 후보 중 표적 단백질과 잘 맞는 약물을 탐색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 그리고 낮은 성공률이 한계였다. 기존 인공지능 모델들 역시 후보 분자 생성과 표적 결합력 판정을 분리해 처리, 실제 상호작용의 복합적 변수까지 감안하긴 어려웠다.

 

이번에 공개된 BInD는 단백질의 초미세 구조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결합력 높은 후보 분자’를 설계한다. 생성형 AI라 하더라도, 암세포 등에서 발견되는 단백질의 미세 돌연변이까지 실시간 반영하며 약물-표적 단백질 결합구조(도킹)의 안정성과 물리화학적 세부조건, 분자의 실제 합성 가능성까지 동시 고려한다. 때문에 실제 신약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높은 후보’를 대량 설계하는 데 큰 강점이 있다.

 

KAIST 측은 “기존 디자인 방식이 한두 가지 기준(예: 결합력, 수용성)에 몰두해 전체적 구조나 합성 가능성을 희생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새 모델은 분자 안정성, 물성, 구조적 자연스러움을 동시에 최적화해 개발의 효율성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구팀은 돌연변이 표적 단백질용 분자 설계 시 기존 구조 예측보다 효과, 안정성 등 다양한 성능 항목에서 30~50% 우위 결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BInD의 등장은 ‘신약 후보 디자인의 AI 통합 자동화’라는 측면에서 글로벌 혁신 흐름과 발맞춘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DeepMind, Recursion, Insilico Medicine 등이 유사한 생성형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앞세워 초정밀 설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후보 탐색→도킹 평가 과정을 하나로 연결한 동시설계 AI의 대형 프로젝트는 처음이다.

 

신약설계 AI 도입은 국내 인허가 과정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식약처는 올해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자료의 임상 제한적 활용을 시범 추진 중이며, 업계는 AI의 약물 설계 신뢰도 및 실제 임상 데이터 연계 방안의 구체화에 주목하고 있다.

 

김우연 KAIST 화학과 교수는 “국내 기술이 표적 단백질과 상호작용을 ‘동시에’ 설계하는 수준으로 진화한 것은 신약 개발 패러다임, 특히 표적 돌연변이 대응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기점”이라며 “실용적 분자 생성뿐 아니라 국내 바이오 기업과 연계한 신속 임상 진입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AI 신약설계 기술이 실제 시장과 임상 현장에 신속히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 완성도와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활용의 윤리·제도적 기반 정비가 신속한 시장 진입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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