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R 볼 소진 기권”…김민규, 한국오픈 2연패 도전→예상 밖 탈락
초여름 그린에 내려앉은 긴장감 속에서 김민규의 발걸음은 유독 무거웠다. 지난해의 우승 영광이 아직 뚜렷하게 남은 무대였지만, 예상치 못한 브레이크가 걸렸다. 힘겹게 9번 홀을 마치고 조용히 떠난 그의 뒷모습은 관중석의 탄식 어린 침묵과 겹쳐 흐릿해졌다.
23일 강원도 춘천 라비에벨 컨트리클럽 듄스 코스에서 치러진 코오롱 한국오픈 2라운드에서 김민규가 기권을 결정했다.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뒤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한 김민규는 이날 준비한 골프공 6개를 모두 소진하는 이례적 상황을 맞았다. 10번 홀에서 출발한 뒤 9개 홀 동안 마음껏 스윙했지만, 트리플보기 1개와 더블보기 2개, 보기 1개로 8타를 잃으면서 볼이 모두 사라졌다.

전날 기록한 10오버파 81타로 이미 쉽지 않은 분위기였고, 이날도 연달아 워터 해저드와 OB가 이어지며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대회 규정상 동일한 브랜드와 모델의 공을 사용해야 하는 골프 특성상, 예비로 챙겨 온 볼이 모두 소진되면 곧바로 경기를 계속할 수 없게 된다. 경기장 안에서 즉시 동일 모델의 공을 구입하는 것도 실질적으로 힘들어, 결국 김민규는 기권을 택하게 됐다.
관중들과 팬들은 SNS와 현장 곳곳에서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우승에 이은 2연패 도전이라는 운명적인 자격이 더해져 많은 응원이 쏟아졌다. 지난 2009년 김대섭, 2019년 한장상에 이어 역대 세 번째 2연패 도전자로 특별한 기대를 모았기에, 갑작스러운 탈락은 더욱 크나큰 여운을 남겼다.
이번 2라운드에서 김민규는 3라운드 진출이 좌절되면서 대회 2연패 기록을 세울 기회를 잃었다. 마지막 2연패 주인공은 2015년, 2016년 이경훈 이후로 9년 만에 찾아올 수도 있었던 기록이었다. 김민규는 짧은 숨을 가다듬고 다음달 5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시작되는 DP월드투어 KLM 오픈에 나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찢어진 마음 위로, 뜨거운 박수와 조용한 위로가 교차하는 조용한 여운이 그린에 남았다. 김민규를 향했던 시선들은 다음 여정을 향해 다시 응원의 파도를 보낸다.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드리운 그림자를 뒤로하고, 김민규가 펼칠 다음 서사는 6월 KLM 오픈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