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어쩔수가없다’ 첫날 폭풍 몰입”…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병헌의 절박한 변주
밝은 시선으로 바라본 회사원의 평범한 하루는 이병헌이 연기하는 만수의 표정에 묻어난 고독으로 서서히 물들어갔다. 가족과 집을 향한 절절한 소망, 그리고 짙은 불안이 교차하는 박찬욱 신작의 기운이 부산국제영화제 첫 장면을 수놓았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출발점에 선 순간, 관객들은 한 가정의 소소한 행복이 흔들리는 현장에서 고요한 파문을 함께 느꼈다.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인생의 모든 것을 다 이뤘다고 믿던 회사원 만수가 예기치 못한 해고를 당하며 맞닥뜨린 생사의 경계,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한 사력을 예고한다. 회사 밖으로 밀려난 후, 만수의 앞에 펼쳐지는 위태로운 재취업 전쟁은 아내와 두 자녀, 어렵게 마련한 집, 지켜내야 할 일상의 가치를 되묻는다. 무엇보다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 탄탄한 배우진이 가족과 책임, 인간의 나약함을 절절하게 그려낼 전망이다.

박찬욱 감독은 이미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이 이야기를 “가장 만들고 싶었던 작품”이라 밝히며 깊은 애정을 내비쳤다. 그 바람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서막과 맞닿으며, 개막작 선정에도 의미를 더했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박찬욱 감독의 소망이 담긴 영화를 많은 관객들과 함께 첫날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다”고 전하며, 한국영화의 새로운 시선과 관심이 이 작품을 통해 더욱 넓어지길 바랐다.
선과 악, 희망과 절망, 삶의 소중한 이유를 집요하게 좇는 박찬욱만의 연출은 올해도 무대를 강하게 압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열리며, 한국영화의 새로운 정점으로 관객들 앞에 다가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