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19조 베팅…US스틸 인수 내막에 美황금주 압박”→경영자율 흔드나

미국과 일본, 두 대륙을 아우르는 철강 산업의 결심이 한겨울의 침묵을 뚫고 울려 퍼진다. 전통과 혁신의 상징 일본제철이 거친 미국 대지의 중심에 우뚝 선 US스틸의 깃발을 꺾지 않고 품에 안았다. 확인된 투입 자본만 19조 원에 이르는 이 대담한 투자 결정은, 일본 기업사의 역사를 다시 쓰는 동시에 미국 산업, 국제 경제 질서에 파동을 전하기 시작했다.

거래의 정점에는 ‘황금주’라 불리는 특별한 주식이 있었다. 바로 미국 정부가 단 한 주만으로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절대 권한의 훈장.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황금주’가 체결된 국가안전보장협정의 핵심이라 전하며, 이는 앞으로 일본제철의 독립적인 경영이 미국 정부의 손길 아래에서 미묘하게 흔들릴 수 있음을 암시했다. 황금주에는 의결권이 없다는 해명이 흘러나왔으나, 대통령이 직접 관리하는 구조는 소름끼칠 정도로 무게감 있는 족쇄로 느껴진다.

미국이 보호무역의 깃발을 높이 든 시대, 일본제철의 결심은 자국 내 정체된 시장을 넘어 세계로 거점을 옮기려는 몸부림의 산물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은 인수 자금이 애초 27억 달러(약 3조7천억 원) 계획에서 140억 달러(19조1천억 원)로 확대됐음을 조명했다. 인수 금액은 US스틸 전체 지분가치와 거의 같다. 재무적 부담이 급증하던 순간, 일본제철은 선택의 여지 없이 글로벌 경쟁력과 자율성 사이의 미끄러운 줄타기를 시작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US스틸과 일본제철 간 결합이 미국 안보 고려와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US스틸 황금주는 대통령이 관리한다”며 일례로 미국 정부의 강고한 입장을 예고했다. 대통령 거부권 아래에서는 설비 폐쇄, 고용 구조조정과 같은 주요 결정이 제한될 가능성도 내비쳐진다.

국제 철강 시장에서는 공급 과잉과 무한경쟁, 보호무역 강화라는 변수가 얽혀 있다. 일본제철에 투영된 재무적 리스크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따가운 시선도 유발했다. SMBC닛코증권의 야마구치 아쓰시는 “미국 시장 내부자가 돼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라며, 오로지 현지 생산만이 관세 장벽을 돌파할 유일한 길임을 강조했다.

지난 1년 반 가까운 협상에는 미국 노조와 정치 세력의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동시에 일본제철은 미국뿐 아니라 인도에서도 현지 인수와 설비 확장이라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번 딜은 빠르면 이달 18일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다.

시장은 이 초대형 합병을 두고 경영 자율성과 재무 건전성, 미국 보호주의와 일본 산업의 미래 사이에서 갈등의 서사를 던진다. 국제사회는 한동안, 이 ‘황금주’의 무게와 일본제철의 선택에서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