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린의 짧지만 선명했던 선율” … E.O.S 출신, 58세 별세→남겨진 음악의 시간
키보드 위를 가로지르던 선율은 잠시 멈췄다. 강린은 그룹 E.O.S의 멤버로서, 아직 익숙하지 않았던 ‘유로 테크노’라는 음악의 여울을 국내 대중음악에 처음 흘려보냈다. 여의도 호텔에서 지난달 숨진 채 발견된 강린의 부고는, 그가 남긴 음악 인생의 잔향과 함께 차분히 팬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1993년, 신해철의 시적인 가사와 안윤영의 감각적인 작곡이 만난 ‘각자의 길’을 타이틀로 E.O.S 1집 ‘꿈, 환상, 그리고 착각’이 세상에 나왔다. 강린은 이 앨범에서 키보디스트로 참여했으며, 이후 2집과 3집에서는 직접 프로듀서로서 음악적 변신을 주도했다. 당시 그는 국내에 생소했던 전자악기 ‘키타’를 무대에 올리며 새로운 음악적 감각을 대중에게 소개했다. E.O.S는 세 멤버, 김형중, 고석영, 그리고 강린이 모여 한국 대중음악의 장르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받았다.

그의 음악적 발걸음은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1995년에는 리녹스라는 새로운 그룹을 조직해 신보를 발표했고, 1997년에는 프로듀서로서 마리 제인, 제트와 같은 밴드의 앨범을 만들어내며 열정을 이어갔다. 미처 환했던 무대 뒤에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하고 창조하던 한 예술가의 고독과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
소속사 대표 김광수의 선택으로 음악계에 첫 발을 내디딘 그는, 1993년 데뷔 인터뷰 이후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각자의 길”이란 곡 제목처럼 음악과 인생에 대한 그의 여운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각기 흩어진 멤버들과 음악 팬들의 한쪽 곁에는 늘 강린이 남긴 선율이 깊이 새겨져 있다.
강린의 음악을 기억하는 수많은 이들의 아쉬움이 올해 여름을 어둡게 지나간다. 선명했던 그 시절의 무대와 노래는 여전히 듣는 이들에게 생생한 감동과 영감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