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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식 리얼리티쇼에 대비 주목”…이재명, 한미정상회담 앞 전략 분주
정치

“트럼프식 리얼리티쇼에 대비 주목”…이재명, 한미정상회담 앞 전략 분주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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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을 열흘여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회담이 외교적 긴장감 속에 주목을 받고 있다. 정상회담의 협의 성과 못지않게,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리얼리티 TV쇼'식 회담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과 첫 정상회담을 앞둔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번 만남은 국정운영의 핵심 시험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은 자신의 치적을 국내외 지지자에게 선명하게 알릴 수 있는 정치적 무대다. 실제로 미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리는 회담은 언론 카메라 앞에서 1시간 가까이 공개되는 등 평범한 정상회담보다 훨씬 장시간‧공개적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관계와 무관한 질문에도 거리낌없이 입장을 펼치는 한편, 상대국 정상을 국정홍보의 조연처럼 활용해 왔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한미 정상회담과 비슷한 시기에 치렀던 일본, 영국, 우크라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정상회담들은 극명한 분위기 차이를 드러냈다.

 

일본과 영국 정상은 상대적으로 무난한 분위기에서 회담을 이끌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임기 중 첫 대면이었지만,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계획 전달과 2023년 트럼프 대통령 피격 사건 당시를 거론하며 유난히 호의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트럼프만을 위한 특별한 국빈 초청 사실을 강조해 친근감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정욕구와 과시욕을 만족시키는 발언들이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남아공 정상회담은 거친 말싸움과 일방적 영상 상영 등으로 얼룩지며 외교적 난맥상을 연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공공연히 불쾌감을 표출하고,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에게는 논쟁적인 의혹 영상을 상영하는 등 예측불허의 장면들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미국의 국내정치 이슈나 제3국과의 관계까지 섞인 답변들은 회담 본연의 의제보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앞세웠다는 평가를 낳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이미지는 상대로 해금 항상 조심스러운 대처를 요구한다”며 “상대 정상이 주체적으로 이슈를 장악하지 못할 경우 곧장 지지층 어필이나 논란성 이벤트로 전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회담 의제 사전 조율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공개하는 순간부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절대적으로 작동한 경우가 많았다.

 

정치권에서는 한미정상회담이 국정운영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이재명 대통령의 대응 방식이 차기 외교 지형에도 적잖은 파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제1야당은 “정상회담 본연의 실질 성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반면, 여당 내에서는 “리스크 관리와 미디어 전략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며 목소리를 키웠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경험이 풍부한 영국·일본과 달리, 첫 대면인 이재명 대통령은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와 돌발상황 모두를 준비해야 한다”며 “참모진이 백악관 내 돌발행동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정가 일각에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외교적 성과와 미디어 대응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않으면 자칫 국내정치 이슈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치권은 임박한 정상회담이 미칠 정국 영향과 외교전략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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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트럼프#백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