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투자냐 재정 위기냐”…여야, 예결위서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 정면 충돌
예산안 수정 기준을 놓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가 여야 대립으로 격렬하게 맞붙었다. 17일 예산소위 첫 회의에서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을 두고 ‘미래 투자’와 ‘재정 건전성’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됐고, 주요 쟁점 예산 상당수가 결론 없이 보류됐다.
이날 쟁점의 정점에는 인공지능 등 미래 전략산업 투자를 골자로 한 국민성장펀드, 농어촌 기본소득, 국가농업 AX 플랫폼 등 이재명 정부 핵심 국정과제 예산들이 있었다. 야당은 “국가채무 증가로 재정 악화를 초래한다”며 감축을 요구했고, 여당은 “국가 미래를 위한 마중물 투자”라며 정부안 유지를 고수했다.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1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와 관련해 “국가 채무 증가를 전제로 한 관제 펀드는 매우 위험하다. 정부 보증 채권이 아니냐”며 “깜깜이 펀드가 될 우려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정훈 의원도 “역대 정부의 대형 펀드가 대박 난 적은 한 차례도 없으며, 손실만 남긴 사례가 수두룩하다”며 예산 축소를 주장했다. 그는 “금융위원회가 목표 수익률과 이자 비용도 명확히 내놓지 못했다”며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은 “정부안 원안을 살려야 한다”며 “AI 산업은 하루만 뒤쳐져도 회복이 불가능한 첨단 분야”라고 강조했다. 노종면 의원 또한 “(펀드는) 민간 참여를 위한 마중물”이라며 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1천703억원)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졌다. 조정훈 의원은 “전남·전북 지자체에서 이미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라며 사업 확대 시점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민주당 이재관 의원은 “식량 안보 확보와 지역별 차별성을 반영한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맞섰다.
AI 예산도 날카롭게 엇갈렸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AI와 무관한 사업에도 예산이 붙어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고 비판했고, 조정훈 의원도 분절화된 사업 구조를 지적하며 예산 삭감을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농업, 농촌의 현실을 봤을 때 기술 도입이 필수”라고 반박했다.
검찰 특수활동비 역시 쟁점이 됐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정부안(72억원) 중 20억원을 삭감해 52억원으로 의결했으며, 전체 특별업무경비 역시 30억원 삭감됐다. 이에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이 “증빙자료 필요 이유로 특활비를 줄이면 대통령실에도 동일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된 사안”이라고 맞받았다. 한병도 소위원장은 “상임위 결과와 취지를 반영해 재논의하겠다”며 결정을 미뤘다.
감사원 특활비 역시 지급 방식 문제로 심사가 벽에 부딪혔고, 아동수당 지원 확대 역시 여야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민주당은 지역별 차등 지원과 지역화폐 지급 허용을 주장했으나, 국민의힘은 ‘장기 재원 대책 부재’ 등을 들어 반대했다.
이처럼 각 사업별 쟁점마다 여야 의견차가 깊어지며 예산소위 심사의 상당수가 보류됐다. 국회는 추가 논의에서 접점을 모색할 계획이나, 내년도 예산 처리 과정에서 정파 간 대립이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정치권은 이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이 향후 정국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